내년부터 은행의 새로운 자기자본제도인 신BIS협약(바젤Ⅱ)이 시행됨에 따라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금리가 높아지고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재무건전성뿐만 아니라 경영투명성 등 전반적인 기업 신뢰도 제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4일 63씨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국내 기업 대상 바젤Ⅱ 컨퍼런스'에서 기업들에 이같이 당부했다.



◆저신용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상

바젤Ⅱ 시행으로 신용등급이 우수한 기업은 대출금리가 낮아지고,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등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

신한은행 분석에 따르면 바젤Ⅱ 시행 시 BBB등급과 B+등급의 신용대출 금리 차이는 2.0%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바젤Ⅱ 시행에 대비해 신용등급별로 금리를 차등화해왔지만 그 격차는 미미했다.

현재 BBB와 B+등급 간 금리 차이는 1%포인트가량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은 금리를 더 깎아주고 신용불량 기업에는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정원 신한은행 부행장보는 "자체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바젤Ⅱ 시행 시 대기업의 70~80%는 현행보다 유리해지고 중소기업은 40~60%가 불리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바젤Ⅱ는 또 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의 미사용분을 리스크로 간주,이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면 미사용분을 인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미사용 한도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해 결과적으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들 경영 신뢰 제고 나서야

은행이 기업 신용도를 평가할 때 재무구조 현금흐름 등 재무지표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및 경영정책,회계 정보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재무관리 측면에서도 각종 경영정보의 투명성을 유지하고 건전한 금융 거래를 통해 기업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

18개 국내 은행 가운데 외환.기업.국민.산업은행은 내년부터 자체 신용평가시스템(기본내부등급법)을 사용할 계획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주거래은행과 장기간 거래를 유지하고 대주주와 경영진까지도 거래를 집중해 대출 상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 용어 풀이 >

◆바젤Ⅱ=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하는 은행 감독의 국제 기준인 BIS협약(바젤Ⅰ)을 강화시킨 신BIS협약.핵심은 은행이 위험자산(대출)에 대비해 필요한 자기자본을 쌓을 때 위험가중치를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고 개별 자산의 리스크 정도에 따라 자기자본을 쌓도록 하는 것이다.

바젤I은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를 일률적으로 100% 적용하지만 바젤Ⅱ에선 신용도에 따라 20%,50%,100%,150%로 차등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