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할 때 회사의 특성에 맞는 상장기준을 선택하는 '맞춤형 상장'이 가능해지는 등 상장문호가 크게 확대된다.

반면 퇴출도 보다 손쉽게 이뤄지고,퇴출사유 발생시 자구노력 등을 감안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자본시장의 국제화 추세를 반영,이 같은 내용의 상장.퇴출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맞춤 상장제' 도입 등 상장요건 완화

금감위는 14일 현행 상장규정이 복잡한 절차나 긴 소요시간 등으로 인해 신규 상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하고,글로벌스탠더드(세계표준)에 부합하는 개선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획일적으로 정해져 있는 상장요건을 다양화해 기업이나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상장요건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상장' 제도가 도입된다.

상장기준을 △이익.매출.시가총액 △매출.시가총액 △매출.시가총액.현금흐름 등과 같이 다양한 조합으로 만들어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원하는 기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상장요건과 절차도 간소화해 상장 소요기간을 지금의 1년4개월 안팎에서 7개월 정도로 크게 단축시킬 방침이다.

지금은 상장 추진시 상장 직전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감사인에게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앞으로는 최근 분.반기 재무제표만 지정감사받으면 상장신청이 가능해진다.

상장심사 청구 3개월 전에 대표주관계약을 맺어야 했던 것도 자율에 맡기고,심사결과 통지기간도 '3개월 이내'에서 '2개월 이내'로 짧아진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상장시에는 외국의 경우 규제가 없는 '상장 전 유무상증자 제한'이나 '유보율 50% 이상' 요건은 폐지된다.


◆상장유지 요건 강화

퇴출기업이 크게 늘어나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김주현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은 "외국의 경우 퇴출기업이 신규 상장기업보다 많지만 우리는 그 반대"라며 "부실기업 퇴출을 통해 시장건전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출실질심사제 도입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금까지는 형식적인 폐지요건 충족 여부를 퇴출의 절대기준으로 삼았지만,앞으로는 퇴출사유 발생시 자구노력의 적정성,경영개선 실적 등 해당기업의 실질내용을 심사한 후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이명호 금감위 증권감독과장은 "적정 감사의견을 받지 못했거나 보고서를 미제출했을 때도 자동 퇴출되지 않고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실적개선 없이 유.무상 증자 등의 편법을 통해 상장요건만을 충족시켜 퇴출을 모면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김 국장은 "사채업자를 동원한 유.무상 증자로 퇴출을 모면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경영실적 개선 정도와 자구노력의 적정성 등을 따져 퇴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상장유지 기준이 강화돼 퇴출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코스닥기업의 경우 지금은 대규모 경상손실(자기자본의 50% 이상)이 2년 연속 생기면 관리종목이 되고,또 다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 퇴출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대규모 경상손실이 3년간 2회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다시 손실이 발생하면 퇴출된다.

코스닥시장의 자기자본 요건도 현행 '10억원 미만'에서 '20억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또 '시가총액 20억원 미만'인 상태가 지속될 경우 퇴출됐지만,이 금액기준이 40억~50억원으로 높아진다.

특히 한계기업이 편법적인 제3자 배정증자로 퇴출을 모면할 경우 일정기간 매각을 제한키로 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