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서ㆍ권성문ㆍ권기찬ㆍ정연석 회장, 천호균 대표 등 잇따라 진출


"처음에는 미술품을 단순히 취미 차원에서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 혼자 즐기는 것에 만족할 게 아니라 사업으로 연결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구천서 신천개발 회장)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중견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들이 미술 관련 사업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오랫동안 기업경영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미술전시 기획이나 경매,미술품 유통사업에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시설물 관리업체 신천개발의 최대주주인 구천서 회장(57)을 비롯해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의 권성문 회장(46),명품의류 유통업체 웨어펀의 권기찬 회장(57),의류업체 쌈지의 천호균 대표(59),로또 복권 판매업체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의 남기태 회장(51),수입가구업체 엠포리아의 정연석 회장(53),건설시행사 힐코리아의 전기열 대표(55),이금용 전 옥션코리아 대표(56)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평소 미술에 갖고 있던 관심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업의 꿈을 키우고 있는 케이스로 '취미와 사업'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주목된다.

미술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물은 구천서 회장(14,15대 국회의원).미술품에 대한 그의 관심이 구체화된 것은 2006년 베이징대에서 유학을 하면서부터다.

현지에 머물면서 현대미술에 매력을 느껴 미술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코스닥 상장 업체인 신천개발의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미술품 경매 전문회사인 ㈜KU옥션의 설립인가를 받고 서울 광화문에 사무실을 차렸다.

구 회장은 본격적인 경매사업을 벌이기에 앞서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국제예술구역 내에 2500㎡ 규모의 전시장 '구아트센터'를 열고 국내외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 미술품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천호균 대표도 경매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5일 미술품경매회사 '옥션별'을 설립한 그는 세아제강,톰보이,벽산엔지니어링,유유 등 유수 기업을 주주로 참여시켜 내년 3~4월께 첫 경매를 실시할 방침이다.

천호선 갤러리 쌈지 사장의 동생인 천 대표는 앞으로 신세계백화점까지 끌어들여 각종 미술사업을 벌인다는 복안이다.

권성문 회장은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주식을 사들인 케이스.지난 30년간 틈틈이 미술품을 수집해 온 그는 지난해 자신이 실질적인 대주주로 있는 아이원창업투자회사를 통해 서울옥션 지분 25%를 매입,단번에 미술계 '큰손'으로 떠올랐다.

서울옥션이 내년 하반기에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권 회장은 벤처캐피털사업에서 얻은 경영노하우를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87년 명품패션 수입에 뛰어든 권기찬 회장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미술품 유통사업에 손을 댔다.

지난 1일 서울 청담동 네이처퍼엠 빌딩 1층에 330㎡ 규모의 프랑스 화랑체인 오페라갤러리 서울지점을 낸 권 회장은 앞으로 피카소 샤걀 등 해외 유명 작가의 미술품을 수입 판매하는 유통사업을 특화시킨다는 전략이다.

또 남기태 회장도 최근 계열사인 엔트로이엔엠의 사명을 '인터알리아'로 변경하고 미술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자본금 93억5000만원으로 회사를 새로 출범시킨 그는 기존의 서울 서초동 사무실을 이달 초 삼성동으로 옮겨 미술품 유통과 전시기획,경매사업을 벌여나가게 된다.

이 밖에 외국 가구 '디 오리지널'을 수입 판매하는 엠포리아의 정 회장은 지난 9월 미술품 경매회사 D옥션을 출범시켰고,전 대표는 부산에 2000㎡ 규모의 전시장과 미술품 온라인 경매회사 아르바자르를 설립했다.

또 이 전 대표는 오픈옥션을 설립,내년 초 실시할 첫 경매를 준비하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