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수탁고가 4조원을 돌파했다.

14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 수탁고는 4조4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2일 판매를 시작한지 불과 18영업일만에 4조원이란 자금을 빨아들이며 국내 최대 규모의 펀드로 올라섰다.

인사이트 펀드는 특정 지역과 자산에 고정돼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자산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스윙 펀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인사이트 광풍'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인사이트 펀드 인기에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유사 펀드가 출시되기도 하고, 미래에셋 매수 창구만 쳐다본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한편으로 투자자들의 돈이 어디에 투자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수 없고 단기간 내 큰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급기야 13일에는 금감위에서 해외 펀드의 '쏠림' 현상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일각에서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려 하냐'는 식의 비난도 나온다.

펀드를 그만 팔겠다는 곳도 나왔다. 국민은행은 13일 판매한도액 소진으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공룡' 인사이트 펀드가 국내 펀드 자금 유입 흐름을 바꾸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자료에서 "'인사이트 펀드 영향으로 주식혼합형 펀드 수탁고가 최근 크게 늘어난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 수탁고 증가는 둔화되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중국관련 펀드로 몰리던 자금이 국내로 회귀될만한 시기지만 인사이트펀드의 강한 자금 흡수력으로 자금흐름 방향성 결정이 다소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11월 시장 조정으로 발생한 국내외 주식형 펀드 환매 물량이 인사이트 펀드로 많이 유입된 것으로 본다"며 "다른 펀드로 이익이 발생한 상태에서 고민하던 투자자에게 대체상품이 있다는 것은 환매 욕구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펀드로 빨려들어간 돈이 당장 환매될 가능성은 없지만 향후 수익성이 좋지 못할 경우 환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신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5년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온 현 장세가 앞으로도 계속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통상 펀드가 시장을 계속 이겨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전세계 시장이 동시에 조정을 받을 때 수익률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규모가 큰 인사이트 펀드가 혼합형이라는 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식형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식이 60% 이상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잘 인지하고 있지만 혼합형의 경우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미래 수익률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알고 있을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만에 하나 인사이트 펀드가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 악영향이 업계 다른 펀드에도 퍼질 수 있다"며 "반드시 잘 되길 바라는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몰빵' 투자란 어느 한 그룹, 한 나라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말하는 것인데, 인사이트 펀드는 글로벌 우량주를 중심으로 자산배분 전략에 근거해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몰빵 펀드'가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시각이 아니라 3~5년 멀리 봤을때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골라 투자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 비중도 조절하며 안정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것.

그는 "이 같은 우려는 시장이 성장하면서 나오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투자자들은 펀드가 반드시 고수익을 낼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투자를 길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