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41)씨가 16일 한국 송환길에 오르면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에 따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제기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김씨의 관계에 대한 검찰 조사도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검찰은 좋든 싫든 대선 정국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과거 특정 대통령 후보의 의혹 사건이 제기됐을 때 검찰 수사가 대선 정국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사도 17대 대선에 어떤 형태로든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997년 15대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10월 당시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이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365개의 차명계좌로 670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고 폭로했다.

신한국당은 김대중 후보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고발했지만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은 전국 고검장급 회의를 소집하는 등 내부 격론 속에 "대선 전 수사 종결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수사를 유보했다.

이후 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수사는 흐지부지 종결됐다.

2002년 16대 대선을 7개월 앞둔 5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해 7월에는 검찰과 군의 병역비리 합동수사반에서 활동했던 하사관 출신의 김대업씨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 장남의 병역비리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검찰이 8월 수사에 착수해 10월말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김씨가 제기한 의혹은 근거가 없고,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가 열렸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혔지만 김씨가 잠적해 수배되고 정치권에서는 계속 의혹이 거론되는 등 논란은 이어졌다.

결국 검찰은 대선이 끝난 이듬해 1월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해 "이 후보 장남의 병역 회피는 무혐의"라고 결론 내렸고, 김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대선 후보 간 13건의 고소ㆍ고발 사건은 2003년 2월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후 "검찰이 수사를 지연해 여권의 `네거티브 전략'이 선거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BBK 사건과 관련해 김경준씨를 `제2의 김대업'이라고 주장하며 총공세를 펴는 것도 당시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02년 4월에는 당시 설훈 민주당 의원이 "이회창 후보의 측근이 `최규선 게이트'의 주역인 최씨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 "이 후보의 부인이 1997년 기양건설에서 10억원을 받았다"고 각각 폭로해 검찰이 수사했지만 모두 대선이 끝난 뒤 `근거없음'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처럼 매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후보 간 고소ㆍ고발과 무차별적 의혹 제기가 난무했던 전례가 있고, 검찰의 사건처리 결과는 직간접적으로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불거진 의혹 공방과 관련해 검찰이 과거처럼 정치권의 `진흙탕 공방'에 발을 담그게 될지, 검찰이 얼마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명정대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