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 <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상근부회장 >

우리는 자동차 1600만대 시대에 살고 있다.

1가구 1차량을 소유할 정도로 자동차가 생활 필수품화되었고,세컨드 카를 보유한 가정도 늘고 있다.

자동차 보급은 선진국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비해 자동차 문화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통사고로 인한 고질적 정체다.

수많은 차량들이 도로에 늘어서서 꼼짝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흔히 경험하게 된다.

교통사고 발생시 당사자들은 사고 현장 보존과 신고,배상 문제 등 사고 처리를 하느라 꼬리를 물고 늘어선 수많은 차량과 다른 사람들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심지어 도로 상에 사고 차량을 방치한 채 장시간 시시비비를 가리는 경우도 있다.

한두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교통사고와 이 때문에 발생하는 직ㆍ간접적인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우선 같은 시간대에 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에게 엄청난 경제적ㆍ시간적 손실을 입힌다.

값비싼 기름을 허비하게 되고,사고 지점을 벗어난 후에도 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 과속 운전을 하게 됨으로써 제2,제3의 사고를 유발할 위험성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물류 비용을 증가시켜 산업 활동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한국교통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매년 교통사고와 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약 37조5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8%에 달한다고 한다.

올해 서울시 전체 예산이 약 17조원이고,원유 수입액이 연간 50조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가히 천문학적인 금액이 교통사고로 인해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보험 제도와 범칙금 부과 등의 방법으로는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를 일으켜 교통 정체를 유발한 사람에게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ㆍ경제적 비용의 일부를 부담케 해 사회적 손실을 보전하고 교통사고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이렇게 되면 교통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들은 신속한 사고 처리를 하려 할 것이고,더 나아가 두 번 다시 교통사고를 내지 않도록 안전 운전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자동차의 편익과 안락함을 마음껏 누리고,자동차 2000만대 시대에 대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