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옵션 거래량 7년 연속 세계 1위,선물 거래량 작년 5위….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의 발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들이다.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은 상장된 지 10여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주식 채권 외환 등 시장가격 변동과 관련된 시장파생상품은 이처럼 크게 발전했지만 문제는 투기적 목적의 거래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위험을 분산시키고 관리하기 위한 거래는 전체 거래량의 5~10%에 불과하다.

리스크 분산이라는 본래 목적이 무색할 정도로 파생상품 시장은 투기판이 됐다.

기업 부도나 은행대출 연체 등 신용위험을 관리하는 신용파생상품은 2000년 이후 내내 2조원대에 머물다가 작년 말 겨우 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파생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16%에 불과하다.

세계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1998년 3500억달러에서 2006년 20조2070억달러로 56배나 급증하는 동안 국내 시장은 거의 정체돼 있었던 셈이다.

다양한 신용파생상품으로 위험을 적절히 분산할 수 있는 수단이 국내에 별로 없기 때문에 신용도가 떨어지는 국내 기업이나 개인들은 자금을 조달하기가 힘들다.

국내 파생금융상품 시장이 변변하지 못한 것 역시 외환위기 상처에서 비롯됐다.

SK증권은 1996년 JP모건이 설계한 토털리턴스와프라는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외환위기 당시 태국 바트화와 인도네시아 루피화 가치의 폭락으로 단번에 3400만달러를 날렸다.

이 사건 이후 국내에서는 아예 파생금융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국내에서 위험을 감수(파생상품 매입)하려는 쪽은 대부분 외국계 금융사들이다.

외환위기 이후 감독 당국이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면서 금융회사들의 위험 회피 성향은 더욱 강해졌다.

외환위기의 상처에서 벗어나려면 국내 금융사들이 좀더 자신감을 갖고 신용파생상품 시장을 적극 활용하면서 신사업을 창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