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큰 뜻을 세우자고 시작한 일도 아니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20여년 전부터 시각 장애인 및 가난한 이웃들에게 무료 안과 진료와 수술을 해 주고 있는 정규형 한길안과병원 이사장(55)이 16일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이 주는 제19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 이사장은 인천시 부평구에서 시각 장애인들의 '주치의'로 통한다.

그가 지금까지 무료 백내장 수술을 해 준 환자는 대략 700여명.무료 안과 진료와 수술비 감면 혜택을 준 환자 수는 3000여명에 이른다.

정 이사장은 또 매년 12월이면 무료 수술받은 환자들에게 쌀과 내복까지 보내 주고 있다.

정 이사장이 시각 장애 이웃들에게 '빛'을 선물하기 시작한 것은 1985년 안과 의원을 개원하면서부터다.

"어느날 백내장이 심한 노인 환자분이 수술하지 않으면 실명한다는 걸 알면서도 한사코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이유를 물었더니 돈이 없다는 겁니다.

그때 이건 아니다 싶어 무료 수술을 해 드린 게 오늘까지 이어졌습니다."

2002년부터는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 25만명 가운데 사막성 기후 때문에 백내장 환자가 많다는 걸 NGO 단체로부터 전해 듣고 의료봉사 활동을 시작,500여명의 환자들에게 무료 수술을 해 주고 2500여명을 대상으로 무료 안과 진료를 펼쳤다.

2003년 6월에는 현지 타슈켄트 시에 3억여원을 들여 자선병원까지 설립했다.

치료비를 전혀 받지 않고 병원을 운영하려니 인건비나 의약품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

그러나 정 이사장은 "고려인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사람들도 많이 찾고 있어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고 있다는 보람에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이번 수상 상금 1억원도 사재 2억원을 더해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그는 "이번 상금은 나 개인을 위해 쓰라고 주신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하면 좋은 일을 위해 쓸까 고민하다 오래 전부터 미뤄 온 불우 청소년 장학금 지원 사업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2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리며 정 이사장을 포함한 23명에게 상패와 총 상금 4억원이 수여된다.

최규술/김인완 기자 kyusul@han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