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블랙박스' 김경준 송환] 주가조작 384억 … 李후보는 알았나 몰랐나?
'BBK 블랙박스'가 16일 드디어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이 블랙박스에 어떤 진실이 숨어있는지 뜯어볼 차례다.

진실 규명은 서울중앙지검 BBK특별수사팀이 맡았다.

이 사건은 금융사기여서 이해하기 쉽지 않다.

어려운 용어도 많이 등장한다.

검찰이 해소해야 할 3대 의혹을 정리한다.

◆BBK의 실제 주인은

검찰은 BBK의 실제 주인이 김경준씨인지,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인지를 가린다는 계획이다.

BBK는 1999년 4월 김씨가 설립한 투자운용회사다.

이곳저곳에서 자금을 모아 투자한 뒤 수익을 건네주는 회사다.

이 후보 측은 BBK는 김경준 소유 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경준씨는 BBK는 100% 이 후보의 회사라고 말하고 있다.

BBK의 실소유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이후 벌어진 많은 비리사건의 책임소재도 달라진다.

BBK를 말할 때 꼭 등장하는 것이 LKe뱅크다.

LKe뱅크는 이 후보와 김씨가 2000년 2월 만든 인터넷금융회사다.

이 후보는 당시 잘나가던 펀드매니저인 김씨를 믿고 자본금 30억원을 댔다.

두 회사는 같은 사무실을 썼다.

일부 직원들은 두 회사 일을 같이 했다.

BBK가 이 후보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한나라당 측은 "이 후보는 BBK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김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후보는 주가 조작을 몰랐나

검찰이 실질적으로 가장 먼저 풀 수 있는 의혹은 김씨의 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과 이 후보의 관련 여부다.

옵셔널벤처스를 알기 위해선 광은창투를 알아야 한다.

옵셔널벤처스는 광은창투의 이름을 바꾼 회사다.

김씨는 2001년 4월 금감원에 의해 BBK가 문을 닫게 되자 광은창투를 인수했다.

김씨는 옵셔널벤처스로 이름을 바꾼 뒤 이 회사에 외국인이 투자하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주가는 뛰었고 김씨는 이틈을 타 주식을 팔아 384억원을 챙겨 미국으로 도주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인수자금과 주가 조작에 쓰인 MAF의 등장이다.

인수자금과 관련,일각에서는 BBK에 투자된 돈이 빼돌려져 인수자금으로 쓰였다는 설이 있다.

BBK가 이 후보 소유라면 수백억원의 돈이 유용돼 다른 회사를 인수하고 주가 조작에 쓰인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 후보 측은 김씨가 옵셔널벤처스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것은 이 후보가 동업관계를 정리한 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MAF와 이 후보와의 관련 여부도 관심거리다.

MAF는 BBK가 설립한 펀드다.

여기에는 LKe뱅크의 자본금과 이 후보 형과 처남의 회사인 다스(190억원) 등의 자금이 들어갔다.

주가 조작에 LKe뱅크 계좌가 수십 차례 사용된 흔적도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은 이 후보가 LKe뱅크를 사직한 날은 2001년 4월18일이고 김씨가 옵셔널벤처스 대표로 취임한 날이 4월27일이기 때문에 김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것이다.

◆다스는 이 후보 소유인가

검찰은 앞서 등장한 다스의 실소유자가 이 후보 측 주장대로 형과 처남 소유인지를 가려야 한다.

다스는 이 후보의 큰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다스는 이 후보가 김씨와 LKe뱅크 동업을 시작한 2000년 2월부터 그해 12월까지 190억원을 BBK에 투자했다.

신당 등은 연간 순이익이 60억원에 불과한 다스 같은 중소기업이 거액을 투자한 것은 이 후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삼성생명이 100억원,심텍이 50억원을 투자했다"며 "당시에는 투자할 만한 회사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상은씨 계좌에서 빠져나간 시점과 다스가 BBK에 투자한 시점이 겹쳐 의혹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다스 투자금 190억원 중 50억원만 돌려받고 나머지 140억원은 떼인 피해자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 후보가 피해자인지 공범인지는 블랙박스를 해부하는 검찰 손에 달렸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