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올해 순매도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섰다.

사상 최대 규모로 이전 최대인 작년 매도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매물폭탄'이다.

특히 외국인 매물은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어김없이 출회돼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주범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제금융시장 불안 탓에 당분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주일간 2조7574억원 순매도

1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이 올 들어 팔아 치운 주식은 20조7262억원으로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기록한 연간 최대 매도액 10조7535억원보다 두 배가량 많다.

외국인 매물은 6월부터 본격화돼 6~11월 중 총 24조원이 출회됐다.

월 4조원의 매물폭탄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9~10월 외국인 매도공세가 다소 잠잠해졌다가 재차 거세지고 있는 것도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외국인 매물은 8월 8조7000억원대로 최대치로 치솟은 뒤 9~10월 두 달간은 2조7000억원으로 급감했었다.

하지만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다시 불거진 이달 들어 재차 매도공세를 강화 중이다.

특히 이번 한주(12~16일)간 출회된 매물은 2조7574억원으로 주간 기준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주가 상승 종목의 차익실현에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3000억원 이상 순매도한 종목은 LG필립스LCD 포스코 두산중공업 삼성전자 LG전자 등이다.

전부 최근 급등한 종목들이다.

상승장 주도주였던 포스코와 두산중공업은 몇달째 매물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금난 겪는 헤지펀드가 주범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확산되고 중국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틈을 타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 철강 기계 화학 운송 등 주가가 오른 종목은 어김없이 외국인 차익매물이 몰리며 급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 들어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데다 유동성도 풍부해 언제든지 팔 수 있다는 점이 매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매매가 잦아들었다가 다시 증가한 이유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재차 불거지면서 자금난에 부딪힌 헤지펀드들의 매도공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매도는 서브프라임 사태와 맞물려 당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하지만 일각에선 글로벌 유동성 증가에 이상이 없고 외국인 매물이 나올 만큼 나와 앞으로 대기물량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정호 센터장은 "헤지펀드를 제외한 전통적인 장기 투자자들이 아직 매물을 내놓고 있지 않아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조만간 증시도 안정을 찾아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