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투자자들은 항상 대다수 사람들이 가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을 즐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몰리는 쪽에서는 결코 크게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증시 역사상 투자 고수로 통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역발상 투자자들이기도 했다.

이는 펀드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모건스탠리 수석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헤지펀드를 차려 유명한 미국의 바턴 빅스는 그의 저서 '투자전쟁'에서 "통계적으로 펀드 수익률을 내보면 사람들이 돈을 싸들고 너도나도 몰려드는 펀드보다 시장 관심에서 잊혀져 아무도 쳐다 보지 않는 펀드에 가입하는 게 더 높은 수익률을 낸다"고 썼다.

이를 현 시장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올 하반기 이후 증시의 두드러진 특징은 조선 철강 화학 기계 건설 증권 등 업황이 최고조에 있는 업종 내 대형 성장주들이 시세를 주도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그러는 사이 과거 투자자들에게 사랑받았던 가치주펀드와 배당주펀드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며 조용히 뒤로 밀려났다.

특히 스타일펀드의 '고전'인 배당주펀드는 2004년 한 해 동안 최고 펀드를 기록한 이후 3년째 평균에 못미치는 수익률로 외면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소수파 펀드가 최근 조정장에서 힘을 내고 있다.

특히 시장 조정폭이 커진 11월 들어 이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하반기 내내 부진한 성과를 보였던 배당주와 가치주펀드가 최근 1주일 수익률에서 대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설정 규모가 3000억원대로 큰 신영투신운용의 '프라임배당적립식주식'의 경우 최근 1주일 수익률이 -1.37%로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5.47%)을 웃돌았다.

배당주펀드에 특화된 세이에셋의 '세이고배당주식형'도 최근 1주일 수익률(-1.15%)이 비록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같은 유형의 평균보다는 선방하고 있다.

대표 가치주펀드들의 1주일 수익률도 시장 평균을 앞서고 있다.

신영 '마라톤주식(A형)'의 경우 -1.70%로 주식형 평균보다 덜 빠졌으며,한국투신운용의 대표 가치주펀드인 '부자아빠거꾸로적립식주식'도 시장 평균보다 선방하고 있다.

배당 및 가치주펀드의 경우 일반적인 속성인 '상승장에서 덜 오르는 대신 하락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강한' 면모가 그대로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도 최근 시장 흐름을 분석해 보면 가치주와 배당주펀드 선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완제 삼성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배당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데다 하반기 급등장에서 줄곧 소외되며 주가가 큰 폭 하락한 가치주들이 최근 급락장에서 되살아나고 있어 배당주와 가치주펀드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분석했다.

배당주의 경우 연말 배당시즌이 다가오면서 기관 매수세로 주가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중소형 가치주는 최근 급락장 이전에 먼저 조정받았다가 급락장에서는 오히려 서서히 반등하는 회복 양상이다.

특히 가치주펀드의 편입 비중이 높은 한국전력 KT 등 대형 가치주들이 최근 급락장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가치주펀드 수익률을 견인하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