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과 다음이 손잡고 내년 1월부터 700만 개에 달하는 다음카페 어느 곳에서건 물건을 올리면 옥션에 동시에 등록할 수 있고,카페 접속만으로도 마치 옥션에 들어온 것처럼 쇼핑할 수 있도록 두 시스템을 결합하기로 합의했다.

대형 인터넷 몰과 포털이 이 같은 제휴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로써 소비자가 판매자로 나섰던 오픈마켓 등장 이래 '제2의 인터넷 몰' 혁명이 예견되고 있다.

박주만 옥션 사장은 18일 "커뮤니티와 전자상거래의 콘텐츠를 통합하는 첫걸음"이라며 "앞으로 수많은 온라인 동호회와 블로그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조원대 직거래 시장 겨냥…2위들의 연합전선?

옥션과 다음은 이날 서귀포시 하얏트호텔에서 '공유 API(시스템연동기반 기술) 프로그램을 활용한 업무협약식을 갖고,양사 간 플랫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박 사장은 "한 달에 2300만명이 방문하고 페이지뷰가 81억건에 달할 정도로 막대한 소비자 풀(pool)을 가진 다음과 총 500만여개의 상품을 지닌 옥션이 결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마켓인 옥션의 등록회원 수는 1900만명,연간 거래규모는 2조원대이며 다음은 등록회원 5500만명(중복가입자 포함)으로 포털 2위 업체다.

양사의 제휴는 포털과 오픈마켓 업계에서 각각 네이버와 G마켓에 밀리고 있는 2위업체 간 연합전선을 구축,3조원 규모의 직거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제휴 방식은 간단하다.

옥션이 공유 API프로그램을 통해 창을 열어 놓으면,다음카페 같은 외부 사이트가 API를 가져가 옥션의 거래 시스템과 결합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카페 회원은 돈 들이지 않고 옥션의 매매보호시스템 및 배송시스템을 가져올 수 있다.

옥션은 고객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벽 구축 등을 포함해 이 체제를 만드는 데 총 300억원을 투자했다.

카페 특성에 맞게 옥션 상품을 각각의 홈페이지로 끌어올 수도 있다.

'뉴욕 패션 따라잡기' 카페가 옥션에서 파는 '뉴욕 패션'이란 카테고리를 카페 홈페이지에 옮겨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옥션 관계자는 "매출이 발생하면 카페지기에게 매출의 1.5%를 수수료로 준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다음과의 제휴로 내년에 약 1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이베이와 아마존은 이미 각각 매출의 45%,20%를 외부업체와의 결합을 통해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 수익원 찾아나선 온라인업계

다음은 옥션과 손잡기 이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의 잠재력에 주목,다음 카페 회원을 기반으로 한 오픈마켓인 '다음온켓'을 만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못내고 지난 6월 '다음온켓' 철수를 선언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역시 '싸이장터'를 운영 중이지만 수익성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다.

옥션 관계자는 "다음온켓,싸이장터는 커뮤니티 회원들이 올리는 상품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상품 구색에서 옥션이나 G마켓에 뒤질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다음은 소비자 풀을 제공하는 대신 전자상거래에 관한 한 10년의 '내공'을 축적한 옥션에 일임한 것이다.

옥션으로서도 G마켓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돌파구 마련이 시급했다.

박 사장은 "G마켓이 API 공유 시스템을 만들려면 적어도 1년반은 걸릴 것"이라며 "시장 선점에 따른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옥션과 다음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옥션과 같은 오픈마켓에 수수료를 내기 싫어 직거래하는 사람도 많다"며 "커뮤니티 회원들이 옥션에 물품 판매를 일임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지식검색'을 통해 인터넷 몰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인터넷 포털 쇼핑 방식에 대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귀포=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