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내년부터 중국에서 판매하는 데스크톱용 프로세서(CPU:중앙처리장치) 포장에 중국어를 쓰기로 했다.

세계 어디서나 영어로 표기하는 인텔로선 이례적이다.

중국어를 쓰기로 한 것은 중국에서 흘러나간 병행수입품이 한국 등지의 유통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보기 때문이다.

병행수입품이란 공식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소규모 사업자가 수입하는 제품으로 흔히 '그레이 제품'이라고 불린다.

국가별로 프로세서 가격 차이가 많이 나면 싼 국가에서 구매해 비싼 국가에서 판매하는 일이 생겨난다.

중국은 프로세서 유통 물량이 많아 가격이 저렴하다.

한국 수입상들도 중국 제품을 홍콩을 거쳐 국내로 들여와 싼 가격에 판매해왔다.

공식 대리점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애프터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프로세서 표기를 변조해 하위 제품을 상위 제품인 양 판매하는 리마킹도 문제가 되곤 했다.

인텔코리아는 국내 대리점의 판매량이 줄어 유통망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연유로 인텔이 중국용 프로세서를 중국어로 표기하면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프로세서 정품과 병행수입품 구분이 쉬워져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그레이 제품 유통량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프로세서 재포장 판매 등 편법을 통한 비공식 유통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그레이 제품 유통량이 실제로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점차 중국어 표기 포장을 늘리기로 했다"며 "단순히 그레이 제품을 막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중국어로 표기해 주길 바라는 중국 소비자들의 바람을 반영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