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국내 화랑들이 전속 작가들의 작품을 해외 아트페어에 파는 게 고작이었지만 최근 들어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화랑과 미술관들이 국내 유망 작가들의 개인전을 열어주거나,작가들이 직접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재 원로작가 이우환을 비롯해 배병우 함섭 전광영 전명자 전경 이불 임택 배준성 김동유 도성옥 이정웅 데비 한 정연두 이강욱 김남표 이재삼 이환권 이재효 김창겸 등 20여명이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미술관과 화랑에서 '러브콜'을 받고 전시를 열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특히 이기봉 함섭 이불 전명자 등 일부 작가들의 경우 체류비를 포함해 작품 운송 등 모든 비용을 해외 미술관과 화랑에서 부담하고 있다.

한국 작가들에게 인색했던 미국 유럽 일본 미술관과 화랑들의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뉴욕ㆍ홍콩 등 경매시장과 아트페어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큰 성과를 보인 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정연두 서도호 전경씨는 '현대미술의 1번지'인 미국 뉴욕 첼시에서 각각 전시회를 열고 있다.

페이스갤러리와 전속계약을 추진 중인 이우환씨는 내년 9월 이곳에서 대대적인 작품전을 열 계획이다.

설치 작가 이불씨는 지난 5월 스페인 살라만카 도무스 아티움 개인전에 이어 이달 16일부터 프랑스 파리 카르티에 재단 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갖고 근작 조각 인스톨레이션 20여점을 선보였다.

서양화가 전명자씨는 다음 달 12~19일 루브르박물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전씨는 2005년 12월 프랑스국립미술협회(SNBA) 전시회에서 금상을 받는 등 유럽 미술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오로라'시리즈와 '자연의 조화'시리즈,'빅토르 위고의 마을'시리즈 등 100호(160×132㎝) 이상 대작 10여점을 출품한다.

또 일본의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설치 사진작가 데비 한은 스페인 발렌시아의 갤러리 푼토,한지 작가 함섭씨는 네덜란드 갤드롭갤러리,이환권씨는 독일 뒤셀도르프의 안데르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각각 열고 있다.

30~40대 작가들이 중국 영국 등 해외 화랑과 손잡고 전시투어를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비닐회화로 주목받는 배준성을 비롯해 김동유 정광호 홍성도 이강욱 이유진 김남표 등 10여명은 내년 1월부터 싱가포르 아트시슨즈갤러리의 그룹초대전을 시작으로 1년 동안 네덜란드 부르셀,스위스 취리히,영국 런던,중국 베이징 등을 돌며 해외전시회를 갖는다.

이는 해외 화랑들이 국내 작가들의 독창적이고 참신한 작업방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중성까지 어느 정도 인정한 데 따른 현상이다.

웨민준 장샤오강 쩡판즈 등 중국 작가들의 작품값은 너무 비싸고 일본 작가들은 지명도가 낮은 반면 한국 작가들은 작품성이 뛰어나면서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도 한 요인이다.

선컨템포러리의 이명진 대표는 "최근 2년 동안 해외시장은 꾸준히 성장한 데 비해 한국 작가들의 작품값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제자리인 만큼 가격 메리트가 생겼다"며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 컬렉터층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