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이 상품,서비스ㆍ투자,규제,분쟁해결ㆍ지속가능 발전등 4개 분과를 중심으로 오늘부터 23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다.

핵심 쟁점인 자동차 기술표준과 돼지고기 관세철폐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攻防)이 불가피한 상황이고,이번 협상결과가 사실상 한ㆍEU FTA의 성패와 조기타결 여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한ㆍEU FTA협상은 상품양허 등에 대한 양측의 견해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렸던 4차 협상에서도 EU측이 우리측 양허안이 미흡하다며 버티기로 일관하는 바람에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협상에서 뚜렷한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연말연시의 시기적 여건과 우리의 대통령 선거와 차기 정부 출범 등의 변수로 인해 다음 협상은 내년 2월이후에나 열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우리측은 상품개방 수준을 대폭 높인 수정양허안을 EU측에 제시한 데 이어 자동차와 컬러TV 등 전자분야 관세철폐 시기를 앞당겨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양보할 때 하더라도 받을 것은 반드시 받겠다'는 전략이지만,교착국면에 빠진 FTA협상의 돌파구(突破口)를 찾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협상이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오도록 우리 대표단은 강온양면의 전략을 적절히 구사할 필요성이 크다.

예컨대 유럽산 자동차 등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날로 높아지고 있음을 부각시켜 관련 품목에 대한 EU측의 성의있는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협상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ㆍEU FTA는 한ㆍ미 FTA와 함께 개방과 경쟁을 통해 우리 경제가 글로벌 시장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게 틀림없다.

물론 조기타결에 급급해 불평등 협상으로 흘러서는 결코 안되지만 시간을 마냥 끄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협상이 철저한 주고받기를 통해 실속있게 진행돼 협상 타결의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