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선거가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 대선판도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개속을 헤매면서 정책선거는 완전히 실종(失踪)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유권자들이 무엇을 판단기준으로 표를 찍어야 할지,후보들의 정책도 모른 채 투표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한마디로 최악의 선거가 우려되는 양상이다.

제대로 된 선거라면 이미 후보검증이 끝나고 정책경쟁이 한창이어야 할 때다.

그런데 후보등록일을 불과 1주일 남겨둔 이 시점에도 아직 최종 후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범여권은 후보단일화를 내세운 합종연횡에 여념이 없고,보수진영은 제3의 후보 등장으로 심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이른바 'BBK 의혹'과 핵심인물인 김경준씨 국내 송환,그에 대한 검찰수사가 대선판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결국 정책대결은 사라지고 한탕주의식 의혹 부풀리기에 사활을 거는 구태정치만 난무(亂舞)하는,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따라서 당장에는 대선정국을 이전투구식 싸움으로 몰아넣고 있는 BBK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보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이뤄져 하루빨리 실체적 진실부터 규명되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 수사에서 납득할 만한 진실규명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사건은 계속 정략적으로 이용될 게 뻔하고,대선 이후에도 두고두고 정국혼란의 빌미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명운(命運)을 가르는 어느 때보다 중대한 선거임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동안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안보적 혼란상을 극복하고 한국이 재도약하기 위한 계기를 만들 수 있는 미래 비전과 실천력을 가진 지도자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후보들은 지금이라도 상대방 흡집내기에만 골몰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비전과 정책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그것으로 정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탈피하는 지름길이다.

국민들 또한 후보들이 어떤 정책과 비전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는 건지 제대로 평가하고 심판하는 보다 성숙된 유권자 의식을 새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