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006년 매출은 85조원,영업이익은 9조원이다.

지난 10년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4배,영업이익은 6배나 늘어나는 고도성장을 이뤄왔다.

이 같은 성장을 위해 삼성전자는 110여개에 달하는 국내외 법인을 관리하고 있다.

해외 생산법인(공장)만 해도 11개국에 걸쳐 21개나 된다.

이런 매머드급 글로벌 조직을 차질없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비결은 뭘까.

그 해답 중 하나가 삼성SDS가 갖고 있는 정보기술(IT)의 힘이다.

이달 초 삼성SDS가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지적 리더십(Thought Leadership) 컨퍼런스'에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영을 지원하는 삼성SDS의 모습이 소개됐다.

◆삼성전자의 IT 로드맵

삼성전자 각 사업부(반도체,정보통신,디지털미디어,생활가전)의 공급관리 프로세스인 개발-구매-제조-물류-마케팅-판매-서비스는 모두 삼성SDS의 IT 시스템에 기반해 있다.

삼성전자는 최종 고객 요구에 맞는 가장 좋은 제품을 싸게,빠르게,제때 공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조직을 글로벌 운영(operation)에 맞게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IT 로드맵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ERP(전사적 자원관리) 도입 시기(1997~2000년)다.

2단계는 SCM(공급망관리)을 통해 기존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단계(2001~2007년)로 올해 말에 마무리된다.

내년부터 진행하는 3단계 로드맵에서는 글로벌 ERP를 하나로 통합해 전사적으로 자원 활용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IT로 키와 몸무게 관리

삼성SDS는 삼성전자 글로벌 경영관리의 3대 핵심 포인트를 인간의 몸에 비유했다.

매출과 손익관리는 기업의 '키(신장)'에 해당한다.

재고자산은 항상 적절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체중'이라고 볼 수 있다.

운전자금과 현금 흐름은 '혈액'에 해당한다.

삼성전자의 키(매출과 수익)가 해마다 쑥쑥 자라는 이유를 보자.삼성전자의 해외 각 법인의 원가와 손익 정보는 그대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목적별 원가관리'라는 미세 손익관리 시스템에 따라 관리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제품 모델마다 거래처별,유통 채널별,제조 특성별,국가별,지역별로 원가를 비교할 수 있다.

판매 법인별로 다른 제품원가가 전체적인 글로벌 비용과 글로벌 인건비와 비교해 높거나 낮은 수준일 때는 즉시 적절한 조치에 들어간다.

체중에 해당하는 재고는 어떻게 하면 적정량을 유지하느냐가 핵심이다.

적정 재고는 수요예측에 따라 공급 가능량과 제품 이동경로,수단,시간,선적 계획을 감안해 산출된다.

삼성SDS의 재고관리 시스템은 판매 실적과 입고 실적을 바탕으로 재고 증감 원인을 매주 분석해준다.

◆혈액순환 관리도 척척

혈액이 적절한 속도로 몸 속을 흘러야 하듯 제품을 사고 파는 기업활동에서 운전자금(재고금액+매출채권-매입채무)도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돼야 한다.

운전자금은 자재 구입대금을 지불한 시점부터 판매대금을 회수하기까지 걸리는 사이클 타임(CT)이 짧을수록 좋다.

이 시간이 주먹구구로 계산되는 게 아니다.

재고일수,매출채권일수,매입채무일수를 감안해 결정한다.

삼성SDS의 IT 시스템은 이 같은 산출 항목과 시간 등을 주기적으로 관리해준다.

◆시스템이 더 빨라진다

키와 몸무게,혈액순환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사용자 수와 조회 건수,데이터 용량의 폭증을 감당할 수 있는 기술이 없으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이를 위해 삼성SDS는 최근 'BIA(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액셀러레이터)'솔루션을 개선한 IT 모델을 선보였다.

BIA는 블레이드 서버와 SAP넷위버2004s 기반 검색엔진을 접목시켜 데이터베이스(DB) 조회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삼성SDS는 이 개선된 솔루션을 삼성전자의 경영 계획 및 실적과 연계한 총원가 데이터 7600만건을 대상으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중남미 법인에 시험 적용해 본 결과 조회 속도가 본사의 경우는 기존 694초에서 8초로,법인의 경우는 1320초에서 18초로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BIA 솔루션을 통해 그룹 내 매출 1200억원,그룹 외 매출 2400억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