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1세는 스페인 무적함대 '아르마다'를 격침시키고 영국의 '황금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헨리 8세와 그에 의해 처형되는 앤 볼린 사이에서 태어나 결혼하지 않고 일생을 마쳤다는 점 때문에 불행(?)한 여인으로도 기억되고 있다.

22일 개봉되는 '골든 에이지'는 위대한 여왕이기 이전에 한 여인이었던 엘리자베스 1세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린 영화다.

16세기 말 유럽 최강국 스페인은 가톨릭을 믿지 않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케이트 블란쳇)를 몰아내고,왕위계승 서열 2위인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스튜어트(사만사 모튼)를 옹립하려고 한다.

그러나 암살 음모가 발각돼 메리 스튜어트는 참수되고,이에 분노한 스페인은 영국 정벌에 나선다.

영화는 해적 탐험가 월터 라일리(클라이브 오웬)와의 러브 스토리를 넣는 등 엘리자베스 1세의 인간적인 고민과 좌절을 담아내는데 주력했다.

남자의 사랑도 받고 싶고,전쟁에 이길지 자신도 없는 평범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이겨내는 '영웅'의 면모를 부각한 게 한계다.

여왕을 찬양하기 위해 역사를 마음대로 해석했다는 의구심도 든다.

엘리자베스 1세가 성공회를 믿지 않는 개신교나 가톨릭 교도에 관대한 것처럼 그려진다든지,'비운의 여인' 메리 스튜어트가 영국 왕위만 욕심낸 인물로 묘사되는 것 등이 그렇다.

스페인이 종교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 맹목적인 '광신도' 국가로 그려진 것도 마찬가지.해양패권 다툼이라는 정치적 진실은 외면했다.

동인도회사와 총칼을 앞세워 수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만든 영국 '황금시대'의 엘리자베스 1세에 대한 '용비어천가'라고나 할까.

12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