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전문 블로거 문성실씨(32)에게는 '와이프로거'(주부 블로거) 또는 '둥이맘'이라는 애칭이 따라붙는다.

여섯 살짜리 쌍둥이 아들을 키우면서도 틈틈이 블로그에 글을 올려 대한민국 대표 블로거로 명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둥이맘 문성실의 아침점심저녁'(blog.naver.com/shriya)과 '문성실의 맛있는 밥상'(www.moonsungsil.com) 등 그가 운영하는 2개의 블로그는 단순한 요리법만 담긴 게 아니다.

주부 입장에서 따라하기 쉽도록 매우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여져 있다.

그렇게 요리 블로그를 시작한 지 3년7개월.이제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이 하루 평균 3만명,누적으로는 1020만명에 달한다.

온라인에서 그의 유명세는 오프라인에서 막강한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그가 추천하는 요리 재료는 마트에서 품절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앞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3년7개월 전 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집안에만 있다 보니 삶이 문득 공허하게 느껴졌어요.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를 주제로 블로그에 글을 올렸죠.이렇게 유명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요리 관련 책만 4권을 써낸 사람 치고는 평범한 시작이었다.

삶의 공허함이 블로그를 시작한 동기였다.

그렇다면 그가 블로그로 이렇게 엄청나게 유명해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남들과 다르게 운영했던 그만의 경쟁력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시중에 요리책이 많지만 막상 그걸 보면서 요리를 따라 하려고 하면 너무 재료도 많이 필요하고,정작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건너 뛰더라고요.

요리 전문가가 아닌 일반 주부 시각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요리는 마트에서 바로 살 수 있는 흔한 재료로,거창한 조리기구 없이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항상 같은 식탁에서 비슷비슷한 음식을 먹게 마련인 가족에게 새로운 맛을 주면서도 부담 가지 않는 음식을 추구한다.

그의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식 음식도 그럴싸한 요리도 둔갑한다.

그의 블로그가 주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아홉 살 때 처음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당시 어머니께서 병원을 자주 드나드셔서 장녀인 문씨가 혼자서 식사를 하곤 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콩나물 무침을 만들기 위해 문씨에게 "콩나물을 삶아 놓아라"고 말하고 병원으로 갔다.

"콩나물을 삶을 때 뚜껑을 너무 일찍 열면 비린내 나니깐 충분히 삶은 다음에 열어라."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지만 처음 해보는 아홉 살 소녀는 언제 뚜껑을 열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거의 콩나물죽이 될 때까지 콩나물을 삶았다고 한다.

그 뒤로 그는 콩나물국을 끓이면서 국간장을 쓰지 않고 일반 양조간장을 쓰면 국이 시커멓게 된다는 것을 배웠다.

콩나물을 갖고 부엌에서 씨름을 하면서 요리의 세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혼해서 쌍둥이를 낳은 뒤 그는 요리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대학 때 미술을 전공했지만 전업주부로 생활하면서 요리를 직접 해 먹이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4년 4월부터는 자신이 만들어본 요리를 블로그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올린 음식 종류만 지금까지 1000가지가 넘는다.

그는 블로그에 올린 요리법을 모아 '쌍둥이 키우면서 밥해먹기'(2005년)와 '문성실의 아침점심저녁'(2007년) 등 요리책 4권에 담았다.

문씨의 부엌에는 항상 디지털 카메라가 놓여 있다.

식탁 풍경도 여느 집과 사뭇 다르다.

요리를 만든 다음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반드시 먼저 사진을 찍고 식사를 시작한다.

남편과 두 아들도 이젠 그것에 익숙하다.

두 아들은 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엄마 얼른 사진 찍으세요"라고 말한다.

그날의 요리는 그날 바로 문씨의 블로그에 올라온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하루에 2개씩 글을 올렸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매일 글 하나씩을 블로그에 올린다.

블로그에 그날 만든 요리에 대한 글과 사진을 올려 놓고 사람들의 댓글에 답변을 하다 보면 5~6시간이 훌쩍 지나곤 한다.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시작한 작업이 다음 날 동이 틀 때까지 이어진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블로그는 그를 변화시켰다.

남편과 아이들의 지원과 응원을 받아 그는 내년부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대학원에 입학,식생활문화 전공으로 석사학위 과정을 밟는다.

이미 남편 뒷바라지에 △쌍둥이 아이들 키우기 △블로그 운영 △홈쇼핑 출연까지 1인 3역을 하고 있는 그녀가 네 번째 역할에 도전하는 셈이다.

문씨는 이런 도전에도 뚜렷한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있었다.

그는 집에서 해먹는 음식은 사람들이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음식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반대로 외식은 좀 비싸더라도 집에서 먹기 힘든,그러면서도 건강에 좋은 웰빙음식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블로그를 통해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을 평정했다면 음식 문화에 대한 공부를 더 해서 외식 부문을 마스터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씨는 블로그를 삶의 기반으로 삼는다.

"한 달 올릴 글 20여개를 항상 준비하고 산다"고 할 정도다.

양육에 소홀하기 싫어 쌍둥이 아들이 잠든 후에 짬짬이 PC에 앉아 블로그를 운영한다.

그는 "사람들이 제 블로그를 통해 전업주부로서 삶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할 때 가장 기쁘다"면서 "그런 분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내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임원기/강은구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