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시장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MP3 파일을 귀로 듣던 시대가 지나가고 뮤직비디오,라이브 쇼 등 스타들의 생생한 모습을 눈으로 즐기는 '보는 음악 시대'로 바뀌고 있다.

변화를 주도하는 제품은 삼성전자의 MP3 플레이어 '옙 P2'와 애플의 '아이팟터치'다.

삼성이 보는 음악을 앞세워 MP3의 맹주 애플에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두 제품은 비슷한 시기,유사한 개념을 앞세워 출시됐지만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삼성 옙 P2가 3인치 16 대 9 와이드화면이라면 아이팟터치는 3.5인치 화면이다.

동영상 시청만 따진다면 아이팟터치가 유리하지만 휴대성은 옙P2가 우수하다.

삼성은 손이 작은 여성들도 가방 없이 쉽게 휴대할 수 있는 크기를 고민한 끝에 3인치 화면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터치스크린 방식도 다소 다르다.

아이팟터치가 두 손가락을 함께 사용하는 멀티 터치를 구현했다면 옙은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작동하는 이모처 환경을 구현했다.

애플의 사용자환경(UI)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터치스크린에 대한 평가는 아이팟이 앞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화질 개선에 중점을 둔 P2는 국내외 제품에 비해 화소,시야각,색재현율,투과율 등에서 앞선다"며 "MP3로는 이례적으로 내년 초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UI,콘텐츠 기능 등을 추가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위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두 제품 간 장단점이 상이하다.

국내 소비자들의 초반 평가에서는 삼성이 기선을 잡는 분위기다.

'손 안의 극장'을 모토로 내건 옙 P2는 출시 한 달 만에 3만대가 팔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이 국내에 판매한 MP3플레이어 중 단일 제품 최다 판매 기록이다.

20만~30만원대의 고가 제품임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자 삼성도 고무됐다.

삼성은 최근 연내 판매 목표치를 6만대에서 1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은 최근 서태지 15주년 기념 옙 P2 한정판까지 내놓고 바람몰이를 이어갈 계획이다.

아이팟터치도 초기 물량이 달릴 만큼 찾는 소비자가 많다.

애플 관계자는 "판매점마다 아이팟터치 구매 대기자들이 수십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팟터치는 무선인터넷 검색에서 한글 입력을 지원하지 않고 음악 서비스인 아이튠즈를 국내에서 이용하지 못하는 약점을 갖고 있다.

애플 마니아들이야 스스로 극복해낸다지만 일반 사용자에게는 접근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아이팟터치의 위세가 막강하다.

세계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팟 판매 대수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월 평균 340만대가량이다.

이 중 아이팟터치의 판매 비중은 36%에 달한다.

반면 삼성은 이달 초 미국에 P2를 처음 선보였다.

올해 삼성의 MP3 세계 시장 전체 판매 목표가 700만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아이팟터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

삼성전자 북미총괄 박재순 상무는 "P2는 출시 전부터도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며 "미국 내 최정상 음악 영상 공급 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