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달러 가치가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유로화 가치가 오른 것일까.

물론 보는 각도가 다를 뿐 똑같은 현상이다.

이처럼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환율 문제는 항상 한 쪽 측면에서만 다뤄진다.

달러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정책을 달러가치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금리를 낮추는 바람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통화가 강세를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해당 국가의 경제가 튼튼한 것은 아니다.

2000년 3월부터 2002년 1월까지 미국 달러화는 세계 주요 26개국 통화에 대해서 10% 이상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미국은 뚜렷한 경기침체를 겪었고 주식 시장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통화가 강세(달러화 대비)인 국가들은 대부분 금리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대표적인 국가로 터키(연 16.75%) 브라질(11.25%) 뉴질랜드(8.25%) 호주(6.75%) 영국(5.75%) 등을 꼽았다.

높은 금리는 핫머니를 끌어들여 통화를 강세로 이끄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고금리는 또한 해당 국가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터키와 브라질이 여기에 속한다.

미국이 부러워할 만한 일은 아니다.

캐나다도 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캐나다달러의 최근 강세는 금리 수준보다는 원유 가격의 급등과 더 연관성이 깊다.

캐나다가 주요 원유 수출국이기 때문에 캐나다달러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금 구리 등 원자재를 생산하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급증한 원자재 수요가 이들 국가의 통화 가치를 끌어 올리고 있다.

호주와 영국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같은 맥락으로 원자재 수출국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통화 가치도 떨어진다.

원유가격이 내림세를 보였던 1986년과 1998년,2001년에 캐나다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간 금리는 미국보다 캐나다가 더 높았다.

달러가 미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로 인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호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수지 적자 비중은 미국보다 오히려 높다.

유로화는 어떤가.

유로지역의 금리는 최근까지 미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2006년 6월엔 유로지역은 연 3.75%였던 반면 미국은 이보다 훨씬 높은 연 6%에 달했다.

이 시기 유로화는 유로당 1.2달러를 밑돌았다.

그러나 2006년 6월 이후 FRB는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고,올 하반기 들어서는 0.75%포인트 내린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꾸준히 금리를 올려 지금은 유로지역 금리가 연 4.0%로 높아졌다.

유로화 가치도 오르기 시작해 현재 유로당 1.5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FRB가 앞으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로 강세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유로화는 금리의 움직임에 충실하게 반응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

ECB도 금리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환율은 금리 하나로 결정되진 않는다.

항상 다양한 변수를 반영하는 것이다.

정리=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이 글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케이토연구소의 앨런 레이놀즈 선임연구원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금리와 달러(Interest Rates and Dollar Fundamentals)'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