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처리기,가습기,스팀청소기 등 생활가전을 만드는 업체들이 '남심(男心)'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루펜리,웅진쿠첸,한경희생활과학 등 생활가전 업체들은 주 타깃인 여성뿐 아니라 남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는 한편 남자들이 많이 하는 집안일을 쉽고 편리하게 해주는 기능을 갖춘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가사를 분담하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집안일을 돕는 남편이 많아지면서 생활가전 구매에 대한 남성들의 관여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남편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품목은 음식물쓰레기처리기.루펜리 린나이코리아 등 음식물처리기업체들은 홈쇼핑방송이나 TV광고 등에서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느라 고생하는 남편'을 등장시키고 있다.
이희자 루펜리 대표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남편이 맡는 가정이 많다"며 "음식물처리기를 쓰면 음식물쓰레기 양이 줄어들고 냄새 걱정도 없어 남편들의 노고를 덜 수 있다는 점을 홈쇼핑방송에서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린나이코리아는 지난 추석부터 중견 탤런트 주현씨를 모델로 기용해 '남심'을 자극하는 TV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출근길에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악취 때문에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면 음식물처리기의 남성 구매 비율은 40% 이상으로 다른 생활가전보다 2배 이상 높다"며 "남자들이 여자에 비해 고가 제품에도 구매 결정을 쉽게 내리는 성향도 감안해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조한 날씨에 많이 사용되는 가습기의 물을 보충하는 것도 주로 남편들이 하는 일.웅진쿠첸과 노비타는 지난달 급수구를 상부에 달아 물통을 뒤집지 않고도 쉽게 물을 보충할 수 있는 '상부급수형 가습기'를 올해 주력 모델로 내놓았다.
이 제품은 무거운 물통을 들고 이동해 뒤집어서 끼워 맞춰야 하는 불편함을 없앤 것이 특징.문무경 웅진쿠첸 대표는 "개발 단계부터 남성들의 수고를 덜 수 있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만들었다"며 "성수기를 맞아 남성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팀청소기는 남성들을 집안 물걸레 청소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품목.한경희생활과학은 최신 모델인 '한경희 스팀진공 슬림'을 홈쇼핑 방송으로 광고하면서 '아내는 앉아서 책을 읽고 옆에서 남편이 청소기를 미는' 장면을 내보낸다.
남성 모델은 "물통이 상단에 달려 있어 서서 쉽게 물을 보충할 수 있고 무게가 줄어들어 쉽게 청소할 수 있다"며 제품의 특징을 설명한다.
이 회사의 김상식 마케팅본부장은 "소비자 조사 결과 손걸레질은 안해도 스팀청소는 해준다는 남성들이 많다"며 "이 같은 점을 제품 업그레이드나 홍보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gu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