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특급호텔들의 '요리 전쟁'이 치열하다.

이벤트용으로 해외 조리장을 초빙하는 데 몇천만원을 들이고,기존 레스토랑을 앞다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요리를 선보임으로써 호텔 품격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객실 장사가 신통치 않은 데다 수익률 면에서도 음식 장사가 더 낫기 때문이란 게 업계 설명이다.
특급호텔 요리전쟁
◆'억대' 요리사 모시기 경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2007 세계 유명 조리장 초청행사'를 마련,올 1월부터 초빙 스케줄을 잡는 데만 1년 이상 걸리는 거물 요리사들을 잇따라 불러들이고 있다.

월별로 진행하는 해외 조리장 초청 행사의 질(質)을 높여 놓은 것.

이 호텔의 양식당 '쉔브룬'이 지난 1월 나흘간 진행한 프랑스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 초청 행사는 '몸값'을 지불하는 데만 1억원 이상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니에르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개를 받은 음식점의 운영자로 분자 요리(음식의 질감과 조직,요리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과 질감을 개발한 요리법)의 대가다.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에서 발간되는 여행,호텔,레스토랑 전문 안내서.1만여개 레스토랑의 등급을 분류한 것으로 유명하며 별 세개를 받은 곳은 22곳에 불과하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저녁 한끼값(와인 포함)이 60만원으로 쉔브룬 평균 객단가의 6배가 넘었는데도 예정된 좌석이 동났다"며 "내년 상반기께 쉔브룬 자리를 피에르 가니에르 한국 분점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60만원짜리 메뉴는 총 17가지 코스로 구성됐으며 저마다 기존 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요리해 선보였다.

파마산 치즈를 곁들인 호박 수프,버섯을 가미한 송아지 머릿살과 오징어를 이용한 얇은 찜 등 여러가지 재료를 혼합해 만든 것.

이후에도 롯데호텔은 9월에 싱가포르 최대 레스토랑 그룹인 퉁록(Tunglok)의 총주방장 샘 렁을 초빙했다.

다음 달엔 미슐랭 투 스타인 프랑스의 티에리 막스를 불러올 예정이다.

파크하얏트,메리어트호텔 등도 미슐랭 가이드의 스타급 조리장들을 경쟁적으로 초빙하고 있다.

조선호텔은 이달 20일 중국 정부의 '공인 요리 대사'로 알려진 까오삥이 조리장을 부를 예정이다.


◆호텔 레스토랑 잇단 '리뉴얼'

호텔 내 레스토랑도 한층 고급스럽게 변신 중이다.

프라자호텔은 50억원을 들여 1976년 개관 뒤 가장 큰 규모로 새단장을 하고 있다.

새벽 6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하는 '올 데이 다이닝(all day dining)'을 표방한 뷔페 레스토랑 '세븐 스퀘어'를 지난달 25일 선보였고,오는 27일엔 레스토랑 '뉴하마' 자리에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투스카니'를 연다.

롯데호텔도 지난달 1일 30억원을 들여 지하에 있던 일식당 '모모야마'를 38층으로 올렸다.

각각 일본 최고의 스시,가이세키(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일본식 전채 요리) 전문점으로 손꼽히고 있는 '긴자 스시꼬','쓰끼지 다무라' 와 업무 제휴를 맺고 조리사 7명을 초빙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