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감성 열풍'이 불고 있다.

컴퓨터와 게임을 일방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며 게임을 할 수 있는 감성 게임이 잇따라 등장한 것.감성게임은 인공지능(AI)을 통해 게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게이머 간에 감성 작용이 일어나도록 하는 게임이다.

최근 감성게임이 늘면서 'e-게임(emotional-게임)'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EA 'LMNO'

세계적인 게임회사 일렉트로닉아츠(EA)는 지난해 미국 게임전시회 'E3'에서 인공지능 게임의 화두를 던졌다.

전시회에서 EA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액션 어드벤처 'LMNO(프로젝트명)' 게임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레이스테이션3와 엑스박스360용으로 개발 중인 이 게임은 컴퓨터 인공지능 방식을 채택할 예정이다.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는 "게임에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불어넣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 게임은 게이머들의 감성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J인터넷 '프리우스 온라인'

국내에서도 감성 온라인게임이 등장했다.

CJ인터넷이 내놓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프리우스 온라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게임의 장르는 '감성 MMORPG'로 분류된다.

2년6개월 동안 개발된 이 게임은 지난달 말에 1차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마쳤다.

사냥과 아이템 수집을 통한 레벨업으로 획일화된 기존 MMORPG의 시스템을 과감히 탈피했다.

게임 내 등장하는 영혼의 파트너 '아니마'와 게이머가 선택한 캐릭터의 상호 교감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아니마와의 교감은 전투력 강화 등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다.

기존 게임에서 선보인 감성이 획일화됐거나 예측 가능한 것이었던 데 반해 이 게임의 아니마는 게이머의 예측과 달리 화를 내거나 반감을 보이는 등 독자적인 행동을 해서 인공지능적인 감정과 반응을 나타낸다.

프리우스 온라인은 가녀린 소녀 아니마와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이 만남을 지켜가기 위해 주인공이 모험을 겪는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게임 그래픽에 특히 신경을 썼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킨다.

감성을 컨셉트로 한 7개 테마 동영상은 서비스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소니 '이코'

소니의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로 선보인 타이틀 '이코'는 게임 속에서 '감성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 속에서 과제를 해결하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손을 잡게 되는데 이때 게임기에 미묘한 진동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연상시키는 그래픽으로 게임보다는 동화 같다는 느낌을 준다.

재물로 성 안에 갇히게 된 남자 주인공이 새장에 갇혀 있던 미소녀를 만나며 탈출모험을 시작한다는 것이 게임 줄거리다.

남자 주인공과 미소녀가 함께 과제를 풀어나가야만 게임이 전개된다.

이 때문에 두 남녀의 상호 관계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시뮬레이션 게임 '러브'와 온라인게임'코코룩'도 연애와 패션이라는 새로운 컨셉트를 도입해 게이머들의 감성을 겨냥했다.

캐릭터를 꾸미고 좋은 친구를 만나며 남자친구에게 고백을 들어야 하는 게 이 게임의 과제다.

패션 아이템과 화장품,남자친구가 준비한 이벤트 등이 어우러져 로맨스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감성 게임이다.

CJ인터넷에서 프리우스 온라인을 담당하고 있는 정철화 개발실장은 "감성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녀노소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접근 방식"이라며 "게이머가 일방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뛰어넘어 앞으로 게임 캐릭터 등과 상호 교감하는 감성 게임이 인기를 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