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전이 2002년 때와 '판박이'양상이다.

마치 '어게인 2002년'이 된 듯하다.

여전히 검찰이 대선을 좌지우지하는 형국이다.

이른바 '병풍'사건을 일으킨 김대업씨에 이어 이번엔 'BBK'와 관련,김경준이라는 특정인물이 선거판을 휘젓고 있다.

대선 막판에 접어들면서 정치권에서 단일화와 연대 추진이 활발하고,자녀 때문에 유력 후보가 흠집이 난 것도 비슷하다.

◆'검풍(檢風)'이 좌지우지


대선 현안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특징은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딱부러지게 결론을 내지 않으면서 관련 사실을 넌지시 시사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렇지만 후폭풍은 컸다.

2002년 10월25일 검찰은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와 관련,"입증할 증거는 없다"며 "하지만 (큰 아들) 정연씨가 체중으로 병역면제를 위한 노력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지난 8월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1주일 앞두고 이명박 후보의 도곡동 땅 소유여부와 관련,"(이 후보의 친형) 상은씨 지분은 제3자재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후보는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경선 막판 곤욕을 치렀다.

BBK사건을 둘러싸고 검찰의 수사 결과가 어느 선이 될지,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등에 대한 시나리오들이 난무하고 있다.

◆김대업 대 김경준

한나라당은 두 번에 걸쳐 '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파트너만 김대업씨에서 김경준씨로 바뀌었을 뿐이다.

김대업씨는 2002년 5월21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인 이회창씨의 장남 정연씨가 불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고,이를 은폐하기 위해 한나라당 의원과 전 병무청장 등이 대책회의를 했다"고 폭로하면서 뉴스의 중심인물이 됐다.

김씨의 의혹 제기와 한나라당 간의 고소ㆍ고발은 몇 개월 동안 확대 재생산됐고,이회창 후보의 도덕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김씨는 대선이 끝난 뒤인 2004년 대법원으로부터 무고와 명예훼손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올해의 경우 미국에서 송환된 김경준씨의 '일거수일투족'이 초미의 관심거리다.

"갖고 온 게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이명박 후보에 '잽'을 날리는 그의 '입'이 한방이 될지 헛방이 될지 주목을 끌고 있다.

◆"단일화로 판 뒤집어보자"

5년 전 11월24일,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후보는 단일화에 합의했다.

노무현 후보는 단일화 직후 이회창 후보에 뒤졌던 전세를 일거에 뒤집었다.

이번엔 정동영 대통합신당 후보가 민주당과 통합협상을 벌였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게도 단일화를 제의, 판엎기에 나서고 있다.한나라당과 국민중심당,이회창 후보와 국민중심당과의 연대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자녀 때문에…

이회창 후보가 2002년 아들 병역문제로 대선 패배의 쓴잔을 마신 데 이어 올해엔 이명박 후보가 자녀의 '위장전입','위장취업'문제로 상처를 입었다.

급기야 이명박 후보가 직접 나서 "꼼꼼히 챙기기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위장 취업과 관련한 미납세금도 일괄 납부했지만,여권은 여전히 공세의 칼을 갈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