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다.

16일 밤,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중진 피아니스트 한동일씨(66)와 KBS교향악단의 협주에 이어 신세대 음악인 이루마(29)가 등장,"대한민국 해군 상병 이루마입니다"라며 자작곡인 'Maybe''Kiss the Rain'을 연주하는 모습은 '이런 음악홀이 있어 참 좋다'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예술의전당이 생기기 전 2000석 이상 공연장은 행사장 겸 다목적홀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뿐이었다.

카라얀이 이끈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첫 내한연주회도 거기서 이뤄졌다.

1981년 9월 '88올림픽' 서울 개최가 확정되자 한국의 문화정체성을 알릴 예술공간 건립이 당면과제로 대두됐다.

서울 서초동 우면산 자락에 부지가 마련되고 김석철씨가 설계를 맡았다.

84년 착공돼 88년 초 1단계로 음악당과 서예관이 개관되고 90년에 미술관,93년 갓 모양의 축제극장이 완공됨으로써 10년에 걸친 대역사가 마무리됐다.

이후 전통한국정원과 야외극장 등 옥외공간을 갖추면서 명실상부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탄생된 예술의전당이 어느 새 스무돌이 다 됐다.

16일 연주회는 개관 20주년 기념 프리콘서트. '예술의전당과 함께 뷰티풀 라이프'라는 이름의 음악회엔 대통령 부부와 국무위원,보육원생 등 소외계층,수능시험을 치른 수험생과 학부모가 함께 참석했다.

연주는 감미롭고 객석은 훈훈했다.

현재 예술의전당에선 연간 2500여회의 공연과 전시회가 열리고 200만명 이상이 이를 관람한다.

그러나 총예산 300억여원 가운데 국고 지원은 60억원 정도로 나머지는 벌어서 충당해야 한다.

자연히 수익을 내느라 자체기획은 적고 대관에 치우치는 경향이 짙다.

공연예산도 갈수록 줄어든다.

국공립 예술기관의 경우 재정자립도 중요하지만 예술성과 공익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세금으로 세운 곳에서 값비싼 공연만 이뤄지고 그 결과 서민은 근접하기 어렵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개관 20주년을 계기로 세계적 아트센터로 도약하는 건 물론 국민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기획에도 힘쓰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