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최대의 교포 밀집지역인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집값이 급락하면서 이 지역에 기반을 둔 교포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를 갚지 못해 집을 차압당하는 교포가 속출하면서 부실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미국 현지 교포은행의 기업가치가 떨어졌을 때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호기라는 판단에 따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인수 추진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LA 지역의 교포은행 13곳 가운데 이른바 '빅4'인 한미 나라 윌셔 중앙은행 등 나스닥 상장 4개 은행의 주가가 최근 폭락하면서 연초에 비해 무려 35~55%까지 떨어졌다.


◆교포 주택 2500채 차압돼

미 부동산 시장의 냉각으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도 모기지를 못 갚아 차압당하는 교포가 급증하고 있다.

LA 김희영부동산에 따르면 2006년 5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1년 반 사이에 LA 인근 4개 카운티(LA 오렌지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 등)에서 차압당한 한인 주택은 2518여채에 이른다.

한인 주택 소유주 4573명이 차압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이 중 2518채가 실제 차압된 것.

이는 모기지를 80~90% 안고 사들인 집이 임대되지 않아 이자를 못 갚게 된 데다 되팔리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데이터퀵 인포메이션 시스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지역의 10월 중간주택가격은 44만4000달러로 지난해 전반기 50만5000달러에 비해 12%나 하락했다.

이는 9월보다도 3.9% 내린 수치다.

지난해 9월부터 올 9월까지 LA 인근 6개 카운티에서 팔린 주택도 1만2999채에 불과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3%나 줄었다.

LA에 본사를 둔 KB홈의 제프리 메즈거 사장은 "캘리포니아의 주택 가격은 향후 18개월간 10~15%는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포은행 타격 심각

교포들이 대출을 못 갚자 교포은행의 부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자산이 40억달러에 육박하는 미주 최대 교포은행인 한미은행(행장 손성원)은 모기지론에 대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여부를 놓고 지난달 24일로 예정됐던 3분기 실적 발표를 11월6일로 연기하면서 24일 하루 동안 주가가 23.38%나 폭락했다.

특히 11월6일 발표된 3분기 순이익은 1108만달러(주당 23센트)로 2분기의 1532만달러(주당 31센트)에 비해 27.6%,전년 동기의 1760만달러(주당 36센트)에 비해 37.0% 각각 줄었다.

9월 말까지의 누계 순익도 3947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4834만달러)에 비해 18.4%나 감소했다.

이는 30일 이상 연체된 부실대출 규모가 9월 말 기준 5495만달러로 작년 9월 말의 2408만달러에 비해 128.2%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3분기 중 신규 손실처리 규모는 61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66만달러에 비해 824%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올 3분기 한인은행 전체의 부실대출 규모는 1개월 이상 연체 대출과 3개월 이상 무수익 여신을 포함해 1억6591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8526만달러에 비해 94.61% 증가한 것이다.


◆주가 급락에 국내 시중은행 군침

교포은행 주가가 폭락하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자산규모가 큰 한미은행도 주가 하락으로 6억~7억달러 내외면 인수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M&A 가능성이 커지자 메릴린치 JP모건 등 투자은행(IB)들이 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중개 의향을 타진해오고 있다.

LA 현지 금융계 관계자는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은 그동안 교포은행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실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LA에 위치한 교포은행인 커먼웰스비즈니스뱅크(CBB.행장 최운화)의 지분 37.5%를 3500만달러(주당 21.50달러)에 매입했다.

다만 구체적 인수 움직임이 나타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