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국내 증권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국내에서 현대차그룹과 카드와 캐피털 사업을 벌여온 GE가 금융사업 강화 차원에서 증권업에 진출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9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GE는 미국 저축은행감독청(OTS) 주관으로 지난 6일 비공개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국내 증권업 진출 의사를 표시했다.

GE는 회의에 참석한 금융감독당국자들과의 회의에서 "한국 투자은행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GE코리아를 은행업을 제외한 종합금융회사로 육성하는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계는 현대차그룹도 증권업 진출을 모색 중이어서 양측이 공동으로 증권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 진출 저울질 배경

한국 금융 산업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 금융업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GE는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지분을 제휴하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이들 지분 43%를 보유하며 현대차 그룹과 사실상 공동경영을 하고 있다.

GE는 한국의 투자은행(IB)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GE코리아를 종합금융회사로 육성하는 전략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금융사가 IB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유가증권 인수 업무를 할 수 있는 증권업 면허를 내야 하기 때문에 GE는 결국 기존 증권사 인수나 신설을 통해 IB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마침 한국 금융감독당국이 내년부터 증권사 신설을 허용하기로 해 운신의 폭이 넓어진 상태다.


◆현대차 그룹과 제휴설

GE와 현대차그룹의 오랜 제휴관계 때문에 증권업 진출도 두 그룹이 공동으로 전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두 그룹은 해외 시장에서 공동 사업을 더욱 확대하기로 결정해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사는 최근 미국 LA에 위치한 현대차의 할부금융사 현대모터스파이낸싱(HMFC)을 공동 경영하기로 합의했다.

또 기아자동차가 독일에 보유하고 있는 할부금융사도 지분을 나눠 갖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지난해 양사는 합작 투자한 할부금융사를 중국에 설립하기 위해 중국 금융당국에 인가 신청을 냈다.

양사는 우선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진행한 뒤 장기적으로는 신용카드로 사업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일단 소매금융업에서는 GE와의 제휴 관계를 확장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증권업으로까지 제휴 범위가 확대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GE코리아 관계자도 "GE는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아무 것도 확정된 게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측이 증권업에 공동으로 진출할 경우 국내 시장에서 조기에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 보조를 취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백광엽/정인설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