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俊 基(홍준기) < 웅진코웨이 사장 jkhong@coway.co.kr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정지용 시인의 '향수'는 실개천과 함께 시작한다.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향수에는 실개천이 하나씩 있다.

실개천에서 동무들과 멱 감고 물장구 치고 놀던 추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다.산 좋고 물 좋은 금수강산의 산천을 마당 삼아 뛰어놀던 마지막 이들이 바로 지금의 내 또래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제는 맑은 실개천 물을 마시고 자란 우리들이 다음 세대에 그것을 제대로 물려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내 또래나 선배들의 공과를 논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우리 세대가 경제개발의 주역으로 근대화 선진화를 이룬 공과 함께 우리가 누렸던 깨끗한 환경을 다음 세대에 온전하게 전달하지 못한 것이 큰 허물로 남을까 걱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요새 젊은이들이 우리가 제대로 보전하지 못했던 환경을 살리는 데 나서고 있어 고맙다.

우리 회사의 공장은 공주 유구에 있는데,공장 옆으로 흐르는 개천이 유구천이다.예전에는 그 물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했다고 하는데,얼마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개천에 내려가기가 꺼려질 정도였다.

그런 유구천을 살리기 위해 회사의 젊은 직원들이 발 벗고 나섰다.유구천 쓰레기 줍기,자생식물 식재 등 공장 직원들은 물론 서울의 직원들도 시간을 내서 유구천 살리기에 동참했다.젊은 직원들이 나서자 지역 주민들도 가세했다.며칠 전에는 유구초등학교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유구천 가꾸기 환경축제'를 열었다.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유구천을 되살려보자는 자리였다.

이런 작은 실천의 출발은 젊은 직원들의 환경 사랑이었다.이들이 땀 흘리며 유구천의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볼 때마다,우리가 망친 환경을 저들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이제 우리 세대가 나서서 어린 시절 우리가 누렸던 환경을 되돌려 줘야 할 때다.

환경을 되살리는 첫 번째 행동으로 '내 川'을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내 川'을 '나의 川'으로 바꿔보자.나의 천을 하나 정하자.고향의 개천도 좋고,지금 사는 곳의 실개천도 좋다.오늘부터 나의 개천을 따라 거닐며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하나하나 주워가면서 애정을 쏟아보자.우리의 아들 딸과 그 아들 딸들이 깨끗한 실개천에서 물장구를 치며 노는 풍경을 그려보자.그러면 나의 실개천에 다시 옛 이야기들이 지즐대며 휘돌아 나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