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金永龍) < 전남대 교수·경제학 >

대통령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현재로선 누가 끝까지 완주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후보의 정책을 꼼꼼히 따져보는 일이 어렵게 되고 있다.

간헐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는 있지만,사상과 철학을 깊이 알아 볼 수 있는 정책의 모습이 아직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정책 선거가 이뤄질지조차 의문이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조세 정책에 별 관심이 없다.

많은 유권자들이 세금을 별로 내지 않아서 그런지,아니면 현재의 조세 체계에 불만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다른 나라에 비해 특이한 현상이다.

그러나 각 후보가 정부와 시장 중 어느 기능에 더 역점을 둘지를 판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은 조세 정책이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를 구분 짓기 때문이다.

대공황(大恐慌) 이후 정부 역할이 강조됨에 따라 국민소득 대비 정부지출은 꾸준히 증가했으며,이와 함께 국민의 조세부담률도 증가해 왔다.

전쟁 때를 제외하면 미국에서도 1800년부터 1929년까지 정부지출은 국민소득의 12%를 넘지 않았으며,이 중 3분의 2는 주(州)정부와 지방정부가 의무교육 시설과 운영비,그리고 도로건설 및 유지비에 사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25∼30%를 점할 정도로 늘었다.

밀턴 프리드먼은 다 쓰기에도 벅찰 만큼의 금액을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들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GDP 대비 조세 비중)은 1999년 17.8%에서 2005년 20.2%로 상승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그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OECD 국가들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0.1% 증가에 그쳤고,특히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은 하락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재정 적자 폭도 매년 늘어 국가채무 비중은 2002년 127조원(GDP 대비 18.5%)에서 2006년 273조원(GDP 대비 32.2%)으로 크게 늘었다.

큰 정부를 내세운 현 정부의 경제 운용 현황을 잘 보여주는 통계수치다.

자원은 민간과 정부가 나누어 사용하는데,문제는 누가 어느 부문에서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방이나 치안 등과 같이 거대한 자원을 집적(集積)해서 사용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정부 역할론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이런 일을 정부가 민간보다 꼭 더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영역이다.

따라서 국방과 치안 등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분야는 정부보다 자원을 훨씬 더 아끼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민간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OECD 국가들의 조세부담률이나 국채비율의 추이를 참고할 수는 있지만 우리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조세부담률이나 국채비율이 높은 나라는 어김없이 정부가 민간 경제의 활력을 앗아가 경제가 그 만큼 덜 효율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이 높은 세금에 허덕일 때,우리는 세금을 대폭 낮춰 민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여러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큰 정부에 대한 믿음은 흔히 정부는 언제나 선하고 유능하다는 잘못된 고정 관념에서 연유한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민간이 정부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이런 고정 관념에서 어렵지 않게 탈출할 수 있다.

또한 세율을 낮추면 정부의 조세 수입도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은,이제는 특정 경제학파만의 논리가 아니라 널리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부터라도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조세 정책을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특히 정부가 이것저것 다 지원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세금도 깎아주겠다는 앞뒤가 안 맞는 감언이설에 속아서는 안 된다.

반드시 포퓰리즘적 선동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돈을 버는 조직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로부터 거둬들인 '남'의 돈을 쓰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yykim@chonna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