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서류작업을 하면서 과로하는 날이 많은 30대 여성 L모씨는 최근 눈앞에 벌레가 떠다니는 것처럼 시야에 얇고 넓은 점이 자리잡은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안과에 가보니 비문증(飛蚊症)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안구의 속은 유리체(초자체)라는 맑은 액체가 대부분 채우고 있는데 유리체에 작은 혼탁이 생겨 모기나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을 들었다.

비문증은 나이 들어 유리체의 특정 부위가 두꺼워지거나 오그라들어 덩어리 또는 주름을 형성해 발생한다.

유리체를 통과하던 빛이 유리체의 덩어리나 주름에 부딪쳐 망막 위에 그림자를 만들어 놓는 질환이다.

종전에는 대체로 40세가 넘어 나타나기 시작해 50,60대에 가장 많았는데 최근에는 20,30대에서도 발병하고 있다.




근시가 심하거나 밤낮을 바꿔 피곤하게 생활하면서 안구의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게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와 유사한 질환으로 광시증(光視症)이 있는데 유리체가 수축하면서 망막을 당겨 나타난다.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없어졌다 다시 생기기도 하고 나이가 들수록 흔하게 발병한다.

이 밖에 백내장 수술,당뇨병성 망막증,유리체 박리,망막 박리,망막 혈관 파열에 의한 유리체 출혈,포도막염,망막정맥폐쇄,고혈압 망막증,망막열공 등에 의해 비문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타까운 건 비문증에 이렇다할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다.

눈앞에 반점이 어른거려 불편을 느낀다면 잠시 위를 치켜봤다가 다시 주시함으로써 일시적으로 반점이 시야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일부에선 반점이 계속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개는 옅어지고 적응하게 된다.

비문증이 생기면 물체에 대해 자꾸 신경을 집중시키는 습관이 생기게 마련인데 걱정할수록 정신적으로 시간적으로 손해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안과의사의 검진을 통해 단순한 비문증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아예 무시하고 사는 것이다.

왜냐하면 비문증 자체로 시력이 나빠지거나 실명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망막박리 같은 질환일 경우 실명에 처할 위험이 크므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비문증의 해결책으로 비문과 함께 유리체를 제거해버리는 수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떠다니는 물체의 숫자나 크기에 여러달 동안 변화가 없다면 수술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수술 후에 비문이 재발할 수 있고 눈에 구멍을 뚫고 하는 수술이라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크다.

< 도움말=조성원 건양대 김안과병원 망막센터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