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의 수입물가가 올라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미 수출기업들은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화로 표시되는 대미 수출가격을 올려야 자국 통화 기준으로 예전과 똑같은 금액을 손에 쥐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 약세가 진행되면서 미국의 인플레 우려가 높아지고 그것이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올 들어 미 달러화 가치는 10%나 하락했다.

그러나 이론적 추산과 달리 미국의 수입물가는 오름폭이 크지 않다.


지난 10월의 경우 전월 대비 1.8% 올랐으나 원유 수입분을 빼면 0.5% 상승률로 비교적 안정돼 있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물가도 안정세다.

달러화 약세가 수입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2000년대부터 감소해 왔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는 영향률이 50%에 달했다.

즉 달러화 가치가 10% 떨어지면 수입물가는 평균 5% 상승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영향률은 10~25%로 낮아졌다.

달러값이 10% 하락해도 수입물가는 1~2.5%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러다보니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조차 의회에서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달러화 약세가 수입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진 것은 외국 수출업체들이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출혈 수출을 감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그렇지만 마냥 이런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다.

달러화 약세 심화로 수출업자들이 손익분기점에 내몰릴 경우 수출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더욱이 환율 변동이 수입물가에 90% 이상 영향이 미치는 에너지 철강 식료품 등 원자재값이 계속 고공 행진을 할 경우 미국의 수입물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