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위한 5차 협상 첫날 EU 측이 엄격한 원산지 기준을 요구했다.

특히 핵심 쟁점인 자동차 비관세 분야에서도 우리 측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연내 타결이 불투명해졌다.

한국과 EU는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FTA 제5차 협상 첫날 상품의 원산지 기준,서비스,경쟁 등 3개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

김한수 우리 측 수석대표는 "개방폭을 확대한 우리의 상품양허 재수정안에 대해 EU 측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원산지 기준과 자동차 비관세 장벽에서는 여전히 양측의 의견차가 컸다"면서 "이번 협상이 급진전되더라도 연내 타결은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U 측은 원산지 기준에서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한.미 FTA 수준을 요구했지만 원양어선 국적,자동차,기계,철강 등 주요 품목에서는 한국산 판정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한국산 판정의 부가가치 비율을 기존의 50% 선에서 최고 65%로 높여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는 부품과 원자재의 역내 조달 비율이 높지만,한국은 부품 및 원자재 수입 비율이 높고 해외 생산기지에서 조달하는 경우도 많아 EU 측 요구에 강력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김한수 대표는 "엄격한 원산지 기준에 따라 우리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상품 양허안이 합의되더라도 FTA 특혜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이 줄게 된다"며 "EU 측 요구는 FTA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우리 측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EU 측은 원산지 기준과 함께 자동차 기술표준 문제가 해결돼야 전체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고 우리 측을 압박했다.

우리 측은 이번 협상에서 연간 6500대 이내로 한국에 수출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EU 측 기술표준을 인정해 주겠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EU 측은 "미국보다 많은 자동차를 한국에 수출하는 상황에서 한.미 FTA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브뤼셀=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