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지난 19일 두 달 만에 1900선 아래로 밀려난데 이어 지지선으로 믿었던 120일 이동평균선(1879포인트)마저 깨고 내려갔다.

현 증시의 상승 추세를 유지시켜 줄 지지선들이 불과 이틀 만에 속절없이 무너진 것이다.

최근 급락을 초래한 11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충격은 지난 7~8월 때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승 추세의 마무리로 단정짓긴 아직 일러 조만간 반등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신용경색 우려와 중국의 추가 긴축이라는 양대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국내 증시 펀더멘털(내재가치)이 견조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조정의 폭과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120일선 석 달 만에 또다시 붕괴

이번 달 국내 증시 급락은 지난 7~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슷한 모습이다.

우선 급락의 원인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감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7월26일부터 8월17일까지 지수는 18.26% 내렸으며 업종별로는 기계 철강금속 운수장비 화학이 하락을 주도했다.

이달 고점인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9.64% 내리는 동안에도 기계 운수장비 화학 건설이 크게 빠졌다.

박찬익 모건스탠리 상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하루 이틀에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며 "미국과 영국의 금융기관 부실로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증시 조정을 촉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매매 동향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외국인은 지난 7~8월 17일간 7조2500억원어치를 내다 팔았으며 이번에도 14일간 5조8300억원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미 다우지수의 200일선 이탈과 함께 120일선이 무너진 점도 공통점이다.

경기선인 120일선 아래로 밀려났다는 것은 시장 전망이 향후 경기침체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의미다.


◆펀드 자금은 꾸준히 유입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후폭풍 속에서도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계속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16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잔액은 58조4285억원으로 10월 말에 비해 5조5508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해외주식형펀드 증가액(2조4135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지난 7∼8일 이틀을 제외하고는 이달 들어 매일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날 각 증권사 창구의 움직임도 비교적 차분했다.

한국투자증권 분당PB센터의 김민주 대리는 "일부 고객들의 문의전화는 있었지만 실제 환매요구는 많지 않았다"며 "여러 차례 급등락을 경험해서인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야탑역지점의 강희천 차장은 "조정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투자금 일부를 환매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동요는 없는 상황"이라며 "수익률이 좋지 않은 펀드에 가입했던 고객들의 경우 이번 기회에 펀드를 갈아타려는 문의전화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극복할까

지난 8월의 경우와 같은 급반등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추가 긴축 우려감이 여전한 데다 미 주택경기 부진 여파가 소비 위축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일(미국시간) 발표될 미국 주택관련 지표와 추수감사절 연휴 동안의 소비 동향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그러나 1800선대라면 조만간 반등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금리선물은 인하 쪽을 가리키고 있고 12월11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일이 가까워질수록 인하 기대감이 고조될 것"이라며 상승 반전을 기대했다.

박 상무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규모를 시장이 확인하게 되면 더 이상 위험 요인이 아니다"며 "중국 성장 기조에 변함이 없는 상황에서 1800선대 초반은 매력적인 지수대"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1800선은 내년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가 11배에 불과하다.

반면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후 실물 부문은 고사하고 금융시장 불안마저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1800선 아래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박해영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