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1조5000억원을 송도국제도시 개발사업에 대출하기로 20일 계약을 맺었다.

2조5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4차 파이낸싱)을 조성하는 책임을 맡은 주간사로서 총대를 메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60%를 대기로 한 것이다.

이는 당초 신한이 대출하려고 했던 자금의 3배에 달한다.

가뜩이나 시중 자금이 펀드 등으로 빠져나가며 은행들의 돈줄이 바짝 마른 상황에서 7년간 1조5000억원이라는 뭉칫돈이 묶이게 됐다.

신한은 앞으로 연기금 등에 쪼개 팔아 자기몫을 5000억원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송도국제도시의 계획대비 주거용지 개발은 74.3%,상업ㆍ업무용지 개발은 40%(9월 말 기준)에 그치고 있고 부동산 경기는 하루가 다르게 냉각되는 마당에 원활한 사업추진을 장담하기조차 어렵다.

깐깐한 리스크 관리로 정평이 난 신한은행이 왜 이런 위험을 떠안았을까.

바로 은행 간 과당경쟁 탓이다.

그동안 송도 파이낸싱은 국민,우리은행이 주간사를 맡았다.

이들은 2005년 3차 파이낸싱을 주간해 1조5000억원을 모았다.

52개 금융기관이 지원, 26개사만 참여가 가능했을 만큼 경쟁이 뜨거웠지만 신한은행은 들어가지 않았다.

라이벌 국민,우리은행이 주도하는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던 신한은행은 지난 5월 국민,우리은행을 제치고 4차 파이낸싱 주간사를 따냈다.

물론 게일사가 내민 3차보다 약 0.3∼0.4%포인트 낮은 금리 등 악화된 조건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다른 금융기관의 평가는 냉담했다.

산업은행 등은 조건 변경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고 담보가치가 저하됐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결국 신한은행은 1조5000억원을 떠안았다.

딜이 깨지면 앞으로 다른 딜을 따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결국 국내 은행 간 과당 경쟁으로 게일사만 금리를 낮추는 등 실속 을 챙겼다.

"은행들이 좁은 국내 땅에서 경쟁할 것이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신상훈 신한은행장(지난 4월 통합은행장 취임 1주년 간담회)의 말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것 같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