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다음달 5일 열기로 했던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 기념행사를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0일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제기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되는 등 그룹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안해 이 회장의 취임 20주년 행사를 연기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2월5일 기념행사를 치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념행사를 연기한 뒤 올해 안에 다시 개최할 것인지,아니면 내년 시무식(1월3일)을 겸해 열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음 달 5일 행사를 예정대로 개최하더라도 당초 계획과는 달리 조촐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당초 올해 이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아 12월5일에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갖고 재도약의 모멘텀으로 삼으려 했다.

이를 위해 매년 이 회장 생일(1월9일)에 실시했던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앞당겨 시상하고,신경영 10주년을 기념해 10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특별공로상을 수여할 계획이었다.

또 매년 1월 둘째주에 실시했던 사장단 및 임원 인사도 12월 12∼13일에 실시할 예정이었다.

삼성은 최근까지도 '다음 달 5일 취임 20주년 행사를 축소할 수는 있으나 연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의혹제기로 촉발된 사태가 정치권의 특별검사제 도입 움직임 등으로 확대되는 등 외부 분위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20주년 기념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 안팎에서는 지난 19일 고(故) 이병철 회장 20주기에 이건희 회장이 불참한 데 이어 이 회장 취임 20주년 기념행사도 연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영공백이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