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왕국 한국이 사이버중독에 걸렸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사이버 환경이 인터넷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운영하는 사이버중독 치료소도 소개했는데,세계 처음일 것이라고 전한다.

치료소의 사진에 실린 청소년들은 마치 군인처럼 헬멧을 쓰고 훈련을 받는 모습이어서 이채롭기까지 하다.

사실 우리 사회의 인터넷중독은 새삼스런 문제가 아니다.

초ㆍ중ㆍ고생의 절반 정도가 자신들의 인터넷중독을 의심할 정도라고 하니,그 심각성을 짐작할 만하다.

어른들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이제 인터넷중독은 술이나 마약중독보다도 더 무서운 질병이 됐다.

일단 인터넷에 중독되면 자기통제력이 상실되고 감정조절이 안 된다.

대인기피증과 강박감에 시달려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잠시라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금단현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로 인한 결과는 폭력과 살인,모방범죄,원조교제 등으로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이 같은 인터넷중독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혼동하는 데서 생겨나고 있다.

특히 소외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은 인터넷을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아실현을 하는 안식처로 여기고 있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인터넷의 특성상,낯선 사람들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도 인터넷에 빠져드는 한 요인이다.

고속 인터넷의 이용료가 싸지고,거리 곳곳에 PC방이 즐비한 우리 현실에서 앞으로 중독환자들은 더욱 늘어날 게 뻔하다.

사회 현안으로 떠오른 중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은 자가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예방상담센터를 만들고 있으나 생각만큼 관심이 큰 것 같지는 않다.

인터넷중독 질환(IAD)이라는 용어가 나온 지 불과 10년 만에,우리나라는 세계 유례없이 사이버중독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첨단 인터넷 못지 않게 사이버중독 치료에도 획기적인 방안이 모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