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후분양제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원천적으로 현행 선분양제 아파트보다 실질적인 전매제한기간이 더 길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어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매제한은 '계약일'을 기준으로 하는데,후분양 아파트는 공사가 40% 이상 진행된 시점에서 분양되기 때문에 착공시점에 계약이 이뤄지는 선분양 아파트에 비해 계약일이 훨씬 늦어질 수밖에 없다.

입주시점에서 따지면 전매금지가 풀리는 시점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후분양제는 내달 분양되는 은평뉴타운에 시범 적용되는 데 이어 내년부터는 광교·김포·송파 등 신도시에 전면 시행될 예정이어서 이 같은 후분양 아파트의 전매제한기간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앞으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후분양 아파트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전매제한기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전매제한기간은 계약일을 기준으로 공공택지의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10년,전용 85㎡ 초과 중·대형은 7년이며 민간택지는 중·소형은 7년,중·대형은 5년이다.

20일 건설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후분양 아파트의 전매제한 불이익 문제는 다음 달 초 분양되는 은평뉴타운에서 처음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당초 작년 10월에 분양할 예정이던 은평뉴타운을 고분양가 논란에 따라 올 12월로 공급시기를 늦추면서 후분양제(공정률 80%)를 시범 도입했다.

은평뉴타운 1지구 일반분양물량(1643가구)은 내년 6월 입주 예정으로,계약일은 2008년 1월이다.

이 아파트는 계약일을 기준으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은 7년,전용 85㎡ 초과 중·대형은 5년간 전매가 금지된다.


이에 따라 전용 84㎡형 341가구는 입주일인 2008년 6월부터 따지면 2015년 1월까지 6년7개월,101~176㎡형 1302가구는 2013년 1월까지 4년7개월 동안 아파트를 팔 수 없다.

그러나 통상 착공시기에 맞춰 분양하는 선분양제로 공급됐다면 착공시기인 2005년 8월에 분양해 한 달 정도 뒤인 같은 해 9월에 계약이 이뤄져 7년 뒤인 2012년 9월 이후엔 전매제한이 풀릴 수 있었다.

후분양제로 분양되는 바람에 2년4개월 정도 전매제한기간이 길어지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은평뉴타운은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는 소폭 내려갔지만 후분양제로 인해 전매제한기간이 늘어나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은평뉴타운에 이어 내년부터 잇따라 분양되는 광교·김포·송파 등 2기 신도시 아파트 계약자들 역시 전매제한기간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예컨대 2009년 9월 분양하는 송파신도시의 경우 공정률 60%에 맞춰 후분양될 예정이어서 전매가능 시점이 선분양에 비해 19개월가량 늦춰질 전망이다.

SH공사 관계자는 "후분양 아파트가 전매제한에서는 선분양 아파트보다 훨씬 불리하다"며 "정부가 후분양제를 장려할 계획이라면 전매제한기간을 축소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매제한 강화로 새 아파트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후분양제까지 맞물리게 되면 극심한 매물 부족 사태를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가뜩이나 전매제한 강화로 새 아파트의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후분양제까지 본격화되면 극심한 매물 부족에 시달려 집값안정 효과도 해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