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의 쏠림현상으로 채권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금융권의 반발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은 오히려 채권시장 불안은 은행이 자초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채권시장의 수급 악화는 봇물 터지듯 발행되는 은행채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다음 달부터 내년 2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채 규모가 25조원에 육박해 채권시장의 불안감은 당분간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20일 '은행채의 수요 구축(Crowding Out)이 본격화되나'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의 자금 사정 악화가 채권 금리 급등을 주도하고 있다"며 "2년 이내 단·중기 은행채에서 촉발된 금리 급등이 여타 섹터와 더불어 3년 이상의 중·장기물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CD 및 은행채 관련 수급 압박으로 지난 19일 종가 기준으로 2002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인 5.52%로 올랐다.

보고서는 시장금리 상승은 은행채 발행 급증에 따른 채권시장 수요 구축과 금리 상승 압력이 현실화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2년 이내 은행채의 수요처인 투신과 은행권이 채권형 펀드 및 예금 수신 감소로 매수 여력이 크게 약화되자 은행들이 발행 만기를 장기화해 자금 여력이 있는 장기투자기관(보험 연기금)을 대상으로 고금리 중·장기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3년 이상의 중·장기 채권으로 금리 상승이 전염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채권시장의 수급 여건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올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약 25조원 규모의 은행채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2분기 이후 은행채 만기 부담 축소 △은행 자산 경쟁 약화 가능성 △바젤Ⅱ 도입 및 경기 둔화 가능성 △정책당국의 강한 의지 등을 감안하면 은행채 문제가 2008년 내내 채권시장을 압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근본적으로는 위험 자산과 무위험 자산 간 기대수익률 격차가 줄어야 채권시장 혼란이 해소되겠지만 이 같은 변화는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렵다"며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외형 성장의 속도를 줄이고 출혈 경쟁보다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는다면 수급이 풀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은행의 한 자금 담당자는 "은행 유동성이 악화된 것은 단기간에 시중자금이 펀드 및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로 옮겨간 탓이 가장 크다"며 "은행채를 많이 발행해 채권시장 혼란을 가져왔다는 해석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