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세포로 배아줄기세포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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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의 연구팀이 피부 세포를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전환하는 기술을 각각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들은 난자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최대 맹점으로 지적됐던 생명윤리 논쟁을 피하면서 줄기세포주를 확립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학의 제임스 톰슨 교수팀은 복제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피부세포를 배아줄기세포 역할을 하는 세포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톰슨 교수팀의 연구성과는 이날자 과학저널 '사이언스'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배아줄기세포란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배아의 발생과정에서 추출한 세포로 신체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배아줄기세포를 인공적으로 배양하면 각종 질병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1998년에 세계 최초로 인간의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어내는 데 성공한 톰슨 교수팀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피부세포인 섬유 모세포에 4가지 유전자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톰슨 교수는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사용해 세포분화에 관여하는 유전자 4개를 섬유모세포에 집어넣자 세포들이 배아줄기세포처럼 분화하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들은 배아줄기세포가 가진 기능을 거의 모두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지금까지 8개의 새로운 줄기세포주를 만들었으며 이 가운데 일부 세포주들은 배양을 시작한 지 22주째 계속 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교수팀도 인간의 피부세포에 톰슨 교수가 사용한 유전자와 전혀 다른 4개 유전자를 첨가해 전형적인 배아줄기세포의 특성을 가진 세포주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야마나카 교수의 연구성과는 과학저널 이날자 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야마나카 교수는 "4가지 인자를 첨가해 5만개 세포에서 10개의 유사 줄기세포를 만들어 냈다"며 "수율이 매우 낮은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지름 10㎝짜리 배양접시 하나에서 줄기세포 몇 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가 난자와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배아를 사용하는 배아줄기세포를 전면 대체할 가능성이나 이른 시일 안에 질병치료에 이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야마나카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인간 배아를 이용하는 배아줄기세포의 윤리적 문제를 비켜갈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이라면서도 "이것이 배아줄기세포를 대체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톰슨 교수 역시 "새로운 배아줄기세포 배양법 개발로 세포치료 연구에 가속도가 붙겠지만 실제 질병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도입에 사용된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도입된 유전자가 배아줄기세포에 포함되지 않게 하는 기술 등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