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성장과 함께 원유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이 한계에 부딪혀 하루 1억배럴 정도에서 정체될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석유산업계의 주요 경영진 사이에서 원유 생산이 빠르면 2012년에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한 뒤 이 수준에서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이 예상하는 정점은 하루 1억배럴 정도로, 현재의 8천500만배럴에 비해서는 늘어난 것이지만 향후 수십년간의 석유 수요 전망치에는 크게 모자란 것이어서 에너지 부족에 따른 고유가 시대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원유 생산이 조만간 정점에 도달한 뒤 석유자원 고갈로 인해 감소할 것이란 기존의 분석과는 달리 유전에 대한 접근성 제한, 개발비용 증가 등이 원유 생산을 일정 수준에서 정체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프랑스 석유회사 토털의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토프 마저리는 지난달 31일 런던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유 생산이 2030년께 하루 1억230만~1억2천만 배럴에 달할 것 전망한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하루 1억배럴도 힘들다고 예상했다.

그는 기존 유전이 지질구조에 손상을 줄 정도로 고갈된 데다 일부 국가의 경우 현재의 생산 수준으로도 많은 수입을 거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유전개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도 원유 증산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리비아 국영석유회사의 회장도 같은 콘퍼런스에서 원유 생산이 하루 1억배럴을 넘어서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석유회사 코코노필립스의 제임스 멀바 CEO도 이달 초 월스트리트 콘퍼런스에서 원유 생산이 하루 1억배럴을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면서 그 이상의 생산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상당수 석유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전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BP의 토니 헤이워드 CEO는 원유 생산이 이미 정점에 달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고, 엑손모빌의 렉스 틸러슨 CEO도 석유회사들의 유전 접근성이 개선되면 생산을 늘릴 수 있으며 유가는 하락할 것이라고 이달 초 한 강연에서 밝혔다.

엑손모빌은 유전에 대한 접근만 이뤄지면 세계 석유 생산량이 2030년에 1억1천600만배럴의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문은 원유가 조만간 고갈되지는 않고 고유가가 대체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 향상을 가속화시키겠지만 이런 혁신이 대규모로 이뤄지기 전에 원유 생산이 정체될 것이라는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