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김경준씨 사이에 작성된 이면계약서 원본을 폭로하겠다며 에리카 김씨가 마련한 기자회견장에 정작 에리카 김씨가 나오지 않고 김씨의 아내인 이보라씨가 등장했다.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회견에 이씨는 미국에서 진행된 다스와 김씨 사이의 소송에서 변호를 맡은 에릭 호닉 변호사와 함께 참석했으며 5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질의응답 없이 읽어내려 갔다.

이씨는 이날 증거자료로 BBK 및 LK-e뱅크,AM파파스와 관련된 4건의 계약서 사본을 제시했으나 원본을 내놓지 못했다.

이씨는 또 이 후보의 측근이던 이진영씨가 2006년 8월28일 서울 미국대사관에서 증언하는 모습이 담긴 DVD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이 후보가 김씨와 함께 나오는 홍보물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씨는 "우리 가족을 상대로 다스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2007년 8월 승소했다"며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는 저희 가족이 사기혐의나 횡령행위를 했다는 증거물이 없다고 판결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또 "이 후보가 근거 없이 비방한다고 해서 제 남편이 사기꾼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도중 울먹이기도 한 이씨가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배경에 대한 해석이 구구하다.

일각에서는 에리카 김씨가 현재 미국 연방검찰에 불법금융거래,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 인데다 김씨의 횡령 과정에 참여한 공범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어 공개회견에 참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보다 이씨가 회견에 나섬으로써 '객관적이다'는 인상과 동정표를 얻기도 쉽지 않았겠느냐는 것.그러나 이씨도 옵셔널벤처스코리아에서 부장으로 재직한 바 있어 눈물의 '신빙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은 21일 에리카 김씨와 이보라씨도 김경준씨와 공범이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국내에서 검찰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는 김씨와 가족들은 20일 박수종 변호사가 변호를 포기함에 따라 오재원 변호사(44ㆍ사시 33회)를 후임으로 선임했다.

오 변호사는 경남 진해 출신으로 서울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검사(2년)와 판사(3년) 경험을 모두 갖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지검에서 근무하다 법무법인 세종으로 옮겨 금융팀에서 일했고 1999년에는 대법원의 법조일원화 확대차원에서 창원지법 판사로 임용됐다.

현재는 서초동에서 개인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김씨의 누나와 부인이 지난 18일 박수종 변호사에게 보낸 소포 자료도 오 변호사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오 변호사는 이날 서초구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한 명의 소박한 변호사일 뿐"이라며 "단순한 하나의 형사사건으로 생각하고 김씨 사건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김씨 친척 중에 가까운 분이 있어 변호하게 됐는데 오늘 김씨를 점심때 잠깐 보고 내가 변호인임을 알린 정도지 아직 사건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문혜정/박민제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