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25분.선수와 관람객들 모두 손에 땀을 쥐었다.

경기종료 시각은 4시30분."Five Minutes(5분)"이라는 방송은 쩌렁쩌렁 울리는데 그릇 위에 꽂은 설탕 장식이 자꾸만 떨어진다.

지난 15일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린 39회 국제 기능올림픽(World Skills) 요리 직종 경기장.이날의 과제인 디저트를 만드는 한국의 최경석 선수(21) 주위에는 서울에서 따라온 친구들을 비롯해 10명 안팎의 관람객들이 모였을 따름이지만 그 열기만큼은 몇만명의 '붉은악마' 못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메달을 딴 선수들이 서울 시내에서 '카 퍼레이드'를 벌일 만큼 관심이 뜨거웠던 기능 올림픽.한동안 '빛바랜 앨범'으로 여겨졌던 기능올림픽이 다시 불꽃을 내고 있다.

급증하는 기능인 수요가 기름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소속으로 대회에 참가한 컴퓨터정보통신 직종의 전수현 선수(19)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꾸던 기능올림픽 참가의 꿈을 이루게 돼 감격스럽다"며 "지난 8개월 동안 하루에 13∼14시간씩 훈련했다"고 말했다.

대회가 열린 시즈오카현 누마즈시는 일본 초중고 학생들의 교복으로 까맣게 물들었다.

젊은 세대들에게 기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학생들을 초대한 것.대회 둘째날에는 나루히토 일본 황세자가 직접 대회장을 찾았을 만큼 국가적인 관심이 대단했다.

데이빗 호이 국제기능올림픽 사무총장은 "최근 5년간 기능올림픽 회원국이 9개 늘어 49개국이 됐다"며 "2011년 영국 대회 유치를 위해서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직접 나섰을 만큼 각국의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고 말했다.

시즈오카=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