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신당은 21일 재협상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즉각 거부하고 나서 대화 자체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양당의 통합이 사실상 물건너간 데다 정동영 신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단일화 논의도 진전을 보지 못해 범여권 후보들의 각개약진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충일 신당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에 이 시간 이후 바로 대화를 재개할 것을 제안한다"며 "대표와 협상단장이 참여하는 4자회담 또는 후보를 포함한 6자회담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민주당이 전당대회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결단을 내린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 "이제 남은 문제들 또한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합의에 이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정동영 후보와 만나 의견을 조율한 뒤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은 의결기구 구성 비율을 당초 '7 대 3'으로 하자고 민주당에 통보했지만 내부적으로는 '6 대 4'까지 양보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신용 없는 사람들,신용불량 집단과는 어떠한 대화도,협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분명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신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것 같다"면서 "지난 12일 양당 후보와 대표가 연대 서명해 국민 앞에 발표한 합의문을 휴지통에 넣어버린 신당의 대표와 후보는 어떠한 제안을 할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고 말했다.

양당의 통합 협상이 이날로 사실상 최종 시한을 맞은 가운데 막판 담판을 통해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따라 양당의 후보 단일화도 사실상 힘들어질 공산이 높다.

대선 후보 등록일이 25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협상이 21일을 넘기면 TV토론과 여론조사가 불가능하다.

정 후보와 문 후보의 단일화 문제도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이날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불교계 초청 토론회에 참석,단일화에 대한 생각을 피력했지만 접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정 후보는 "부처님의 해안과 가피로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문 후보와 간절히 만나고 싶었다"며 "오늘 당에 문 후보 측과 단일화 문제,정책을 중심으로 한 토론회 협상을 시작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문 후보는 "국민들은 지금 후보 단일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명박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여당 책임도 굉장히 크다"며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석고대죄하고 기득권을 버리고 정권에 대한 야망을 버리라"고 후보사퇴를 재차 요구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