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쏠림 영향으로 예금이 빠져나가 돈(원화)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이 외화(달러)자금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 등으로 은행이나 기업들이 원화를 주고 달러를 받는 방식으로 외화자금을 조달해 온 스와프시장에서 달러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탓이다.

스와프시장의 달러 부족 현상은 현물환시장에까지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환율 급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스와프시장에 달러를 공급해 줘야 한다"고 시장 참가자(은행)들이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와 한은은 기본적으로 "은행들의 한은 개입 요구는 일종의 모럴해저드이며 자율적인 시장 메커니즘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왜 달러자금이 부족한가

달러가 필요한 기업이나 금융회사는 △해외에서 직접 차입하거나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사거나 △스와프시장에서 보유한 원화를 달러와 바꾸는 방식으로 달러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물론 수출과 수입을 동시에 하는 업체들은 수출대금을 직접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장으로 글로벌 자금시장이 위축되면서 달러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국내은행이나 기업들의 해외차입은 해외 신용경색 여파로 차입금리가 급등하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외환시장(현물)에서는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약세)하고 있다.

수출업체는 유리해졌지만 수입업체들의 부담은 크게 늘었다.

특히 은행들이 수출업체들의 선물환매도를 받아주는 과정에서 자체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달러를 조달했던 스와프 시장은 큰 혼란을 빚고 있다.

그동안 중공업체 등 수출회사들은 향후 수출대금을 받을 시점의 환율 하락에 대비,통상 계약금액의 60~70%를 선물환매도를 통해 헤지(위험회피) 해왔다.

나중에 유입될 달러에 대한 환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다.

수출업체들이 선물환을 팔면 은행들이 선물환을 사주게 되고 은행들 역시 미래 환율 변동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환헤지를 한다.

통상 스와프시장에서 달러를 빌리고 그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 내다파는 방식을 취한다.

은행 입장에선 계약 만료 시점에 업체로부터 달러를 받아 스와프시장에서 다시 원화로 바꾸기 때문에 환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

최근의 문제는 스와프시장에 달러 공급이 뚝 끊어졌다는 점이다.

스와프시장에 달러를 공급해온 것이 주로 외국은행 지점들인데 신용경색 우려로 본점에서 달러를 빌려오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게다가 올 들어 단기외화차입이 급증하면서 한은이 외화차입에 대한 규제를 엄격히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달러 공급은 줄었는데 현물환시장에서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출업체들의 선물환매도 물량은 오리려 더 쏟아져 나왔다.

환율 급등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 측면이 강하다.

수출업체들의 선물환매도가 늘어나면 스와프시장에서 환헤지를 위한 은행들의 달러조달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공급은 줄어드는데 수요가 늘어나니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스와프시장에서의 달러 부족은 이 수요가 현물환 시장으로 옮겨올 수도 있다는 예상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을 가속화한다.


◆정부 "한은 지원은 모럴해저드"




은행들은 한은이 스와프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공급해 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며칠 새 한은은 스와프시장에 일부 개입했다.

다만 달러부족분에 비해 개입 규모가 크지 않아 큰 영향은 미치지 못했다.

시장에선 스와프시장에 부족한 달러규모를 약 20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시장에 공급이 실종돼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한은의 적극적인 개입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은 스와프 시장의 수급불균형은 "일차적으로 은행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수수료를 받기 위해 환율 수준에 상관없이 무조건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를 받아주고선 자산들의 환헤지에 부족한 달러를 중앙은행으로부터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해외 신용경색 여파로 달러자금 공급이 부족해진 영향도 있지만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도 생각해 수출업체들이 선물환매도를 자제한다면 스와프시장의 달러 부족현상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제2차관도 이날 "당국으로서는 시장가격의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지만,스와프시장의 자율적인 가격 메커니즘에 맡겨둘 것"이라며 "조선업체들이 선물환을 매도하고,은행들이 이를 받아서 헤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외환당국에 개입하라고 하는 것은 모럴해저드"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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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통화스와프(CRS:Currency swaps)=사전에 정해진 만기와 환율로 서로 다른 통화로 차입한 자금을 교환하는 거래다.

통상 환리스크 헤지나 필요통화의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A(국내 은행)는 원화 자금을,B(외국 은행 국내 지점)는 달러화 자금을 각각 유리한 조건에 차입할 수 있는데 A는 달러 자금이,B는 원화 자금이 필요하다면 각각 차입한 자금을 교환했다가 만기에 재교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