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구멍에 볼트 끼우기' '양손에 골프 공 2개씩 쥐고 돌리기' '좁은 구멍에 로프(밧줄) 집어 넣기'….

일본 도요타자동차에 입사하면 이런 훈련부터 받는다.

어린아이들의 놀이나 심심풀이용 게임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도요타의 품질은 이런 '손장난'에서 시작된다.

나고야의 도요타 본사에서 버스로 40여분 달려 도착한 도요타 글로벌생산추진센터(GPC·Global Production Center).지난 21일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된 이곳은 마치 신병 훈련소 또는 사관학교 같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실제 생산 라인과 똑같이 만들어 놓은 훈련장에는 생산라인 투입을 앞둔 신입 사원과 해외 공장에서 온 중간 관리자(팀 리더)급 직원들이 자신의 주 특기별로 '맞춤형 교육'을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트랜스미션(변속기) 교육장.크기가 각각 다른 구멍에 볼트를 시간 안에 끼워 넣는 훈련을 하는 곳이다.

변속기 조립 라인의 경우 정밀하게 가공된 부품들을 수작업으로 '끼우는' 일이 많다는 점에 착안,'끼우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타이머가 달린 훈련대에는 크기와 모양이 다른 6~7개씩의 볼트가 놓여 있었고 순서대로 구멍에 끼우도록 했다.

제한 시간은 20초.A,B,C,D로 나뉜 4단계의 훈련 코스를 총 90초 안에 끝내야 합격이다.

"손을 몸 중앙에 놓고 볼트를 끼우려고 하면 힘들어요.

오른쪽 어깨 위에서 끼운다고 생각하세요.

구멍 아래쪽을 먼저 맞춘 뒤 천천히 끼우세요." 트레이너(교관)인 야마하씨는 "실제 생산 라인에서는 작은 나사 하나라도 잘못 끼우면 자동차의 품질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며 요령을 설명해 준다.

언뜻 보면 단순한 훈련이었으나 '기본기'를 중시하는 도요타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다음은 조립라인 훈련 코스.트레이너인 아오야마씨가 "우선 손가락부터 풀라"며 골프 공을 건네 준다.

양손에 골프 공 2개씩을 쥐고 부드럽게 돌리면서 힘을 빼도록 유도한다.

바늘에 실을 꿰듯 좁은 구멍에 로프를 끼우는 과정도 있다.

몸을 풀고 나자 조그만 구멍이 많이 뚫린 판에 6㎜의 볼트를 끼워 넣는 훈련으로 넘어간다.

목표는 60초에 20개.처음엔 손으로 끼우다가 어느 정도 숙달되면 임팩트 렌츠(볼트 박는 드릴)를 갖고 작업한다.

훈련 중 문제가 생길 경우 머리 위의 줄을 잡아당기면 트레이너가 달려온다.

각 훈련대마다 노트북 컴퓨터를 설치,동영상으로 만든 비주얼 매뉴얼을 훈련생들이 보면서 쉽게 요령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도장 교육장에서는 '건'(페인트를 뿌려 주는 장치)과 호스를 잡는 방법부터 가르친다.

매번 일정한 양을 분사해 균일하게 도색할 수 있도록 물을 뿌리는 연습용 철판 밑에 유리컵을 3개 놓고 나중에 물의 양이 균일한지 체크한다.

이런 훈련 과정을 마치면 실제 공장에서처럼 생산 라인이 흐르도록 꾸며놓은 곳에서 실습을 한다.

GPC 설립 이후 도요타의 생산성은 급속도로 향상됐다.

GPC 운영 책임자인 타지리 마사히로 부장은 "통상 4주가량 소요됐던 생산라인 투입 전 교육이 GPC 설립 이후 2주로 단축됐다"며 "비주얼 매뉴얼을 통해 교관 1명이 5명의 교육생을 담당할 수 있어 과거에 비해 효율성이 최고 10배가량 높아졌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2000년대 들어 해외 생산이 급격히 늘어나자 세계 각 공장에서 품질의 일관성을 기하기 위해 2003년 7월 모토마치 공장 안에 GPC를 만들었다.

현재는 일본 외에 미국(NAPSC) 영국(E-GPC) 태국(AP-GPC) 등에서 4개의 GPC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일본 GPC를 거쳐간 해외 연수생만 3000명에 달하고 내국인 신입 사원까지 포함하면 1만명을 상회한다.

도요타시(아이치현)=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