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계약서 인감은 金씨가 만든 막도장"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김경준 BBK투자자문 전 대표의 어머니 김영애씨가 23일 검찰에 BBK 이면계획서 원본을 제출함에 따라 검찰의 검증작업이 본격화됐다.

김씨가 검찰에 제출한 이면계약서는 김경준씨가 2000~2001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직접 체결한 원본이라고 주장하는 문건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이면계약서는 허위날조"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검찰이 밝혀내야 할 이면계약서 내용은 BBK가 이 후보 소유라는 계약 자체와 서명,인감의 진위 여부다.

검찰은 지난 16일 김씨에게서 제출받은 사본을 면밀히 검토했다.

그러나 원본이 아닌 사본이라는 한계에 부딪쳤다.

검찰은 원본 자체의 위조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원본계약서는 일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다.

이르면 다음 주말께 진위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제출한 이면계약서는 2000년 2월21일 작성된 한글판 1건과 2001년 2월21일자로 체결된 영문판 3건이다.

한글계약서에는 이 후보와 김경준씨의 도장이,영문판에는 두 사람을 포함해 여러 사람의 영문 서명이 담겨 있다.



이번에 새로 등장한 '주식매매 계약서'라는 한글계약서는 매도인 '이명박'과 매수인 'LKe뱅크 대표이사 김경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이명박이 보유한 BBK투자자문 주식회사의 주식 61만주(총 주식 100%)를 49억9999만5000원에 LKe법인(김경준)에 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2000년 2월까지 이 후보가 BBK의 실제 소유주였다는 게 김씨 가족의 주장이다.

나머지 세 종류의 영문계약서는 이 후보와 김씨,김씨가 해외에 세운 유령회사로 알려진 AM파파스가 맺은 '주식구매계약서',또 이 후보와 김씨,에리카 김,크리스토퍼 김(김씨의 영문명)과 LKe뱅크가 맺은 '주식매매 계약서',이 후보와 김씨,LKe뱅크가 맺은 '주식청약 계약서' 등이다.

이 주식거래 계약들을 종합해 보면 LKe뱅크가 AM파파스에 지분 53.3%를 넘겨 100억원을 받으면 이 후보와 김경준씨가 EBK(e뱅크증권중개)라는 회사의 증자에 참여하고,참여지분을 다시 LKe에 넘기는 구조다.

결국 100억원이라는 동일한 액수의 돈을 매개로 LKe뱅크를 지주회사로 그 아래 BBK와 EBK를 둔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김씨 측이 제시한 한글계약서가 위조됐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 후보의 인감도장과 서명이 담긴 인감증명서,LKe뱅크 정관과 이사록,하나은행 풋옵션 계약서 등 4건의 서류를 제시했다.

홍 위원장은 우선 계약서에 찍힌 인감이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후보는 2000년 4월24일 인감도장을 잃어버려,그 이후 새 인감을 썼다"며 "그런데 김씨 측이 내놓은 서류의 도장은 분실 전 쓰던 인감도장도,새로 만든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후보가 LKe뱅크의 정관을 작성한 2000년 2월18일에도 자신의 인감도장을 사용했는데,불과 3일 후 작성한 계약서에 인감이 아닌 다른 도장을 썼을 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약서에 쓰인 것은 김씨가 이 후보의 새 인감을 본떠 임의로 만든 막도장"이라고 주장했다.

클린정치위 소속 고승덕 변호사도 "통상 도장은 이름 옆에 찍는데,'한글계약서'엔 문서 오른쪽 끝에 찍혀 있다.

백지에 도장을 미리 찍어놓은 뒤 나중에 위조할 때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문혜정/홍영식/이준혁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