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제36대 검찰총장(사법시험 19회)이 23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

임 신임총장은 전임 정상명 총장의 임기만료로 수장자리를 이어받았지만 앞날이 순탄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임채진호(號)'는 두 가지 거센 풍랑에 직면해 있다.

대선정국의 핵으로 등장한 'BBK 주가 조작 및 횡령 사건' 수사결과에 책임져야 하고 검찰조직을 뒤흔들 '삼성 특검제'도 방어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성진 법무장관이 이날 국회의 특검제에 강하게 반대한 마당에 조직을 보호해야 하는 총장으로서 수수방관할 수 없는 처지다.

역대 총장 중 이렇게 출발부터 마가 낀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운이 나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임 총장은 전보직인 법무연수원장 이임식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대검찰청 청사에 나타났다.

정식 취임식은 26일이지만 정 전임총장의 퇴임(23일)으로 비어버린 총장 자리를 그대로 놔둘 수 없어서다.

검찰 관계자는 "취임식이 3일 뒤이지만 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지 않냐"며 "출발부터 평탄치 않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일단 BBK사건의 수사속도를 더욱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최대 쟁점인 BBK의 실소유자 공방과 관련한 이면계약서 원본이 확보돼 수사속도가 빨라지게 됐다.

원칙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는 임 총장이 대선후보 등록일(25∼26일) 이전에 수사결과를 내놓진 못하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대선 전에 수사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에게 BBK수사보다 더 큰 사건은 삼성비자금 특검제 도입이다.

특검이 삼성에게 떡값을 받은 검사들을 뒤지기 시작하면 검찰조직은 급격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조직에 누구보다 애착이 강한 인물로 알려진 임 총장이 어떻게 특검을 방어해낼지 주목거리다.

임 총장은 과거 사법개혁 논의 때 검찰의 조직논리에 몰두하는 등 보수색채가 강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임 총장 본인에 대한 떡값의혹도 제기돼 있는 상태여서 그가 어떤 묘수를 찾아낼지 지켜볼 만하다.

자칫하면 검찰총수가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이 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한편 정상명 전임 검찰총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검찰은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진실 추구'만이 존경받는 길임을 명심하고 진실의 칼 하나로 승부를 걸라"며 BBK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진실을 밝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 "진실의 칼은 깨끗한 손에 쥐어져 있을 때만 힘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