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과 유치원생 두 자녀를 둔 김선호씨(42)는 1년 전 자녀 명의로 가입한 어린이 펀드를 최근 환매해 버렸다.

당초에는 10년 이상 묻어 두면 자녀 유학비로 쓸 수 있겠다 싶어 매달 한 계좌에 30만원씩 적립식으로 넣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곰곰이 따져 보니 어린이 펀드라고 해서 일반 주식형펀드와 별 차이가 없는 데다 한때 60%에 달했던 수익률도 최근 증시 조정으로 40%대로 뚝 떨어져 버렸다.

가입 초기에는 증권사에서 어린이펀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주최하는 각종 경제 스쿨이나 어린이캠프 초청장도 자주 날아왔으나 최근에는 이마저 뜸해졌다.

자녀 경제교육 효과가 크고 장기 학자금 마련용으로 그만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3년 전 출범한 어린이펀드가 아직도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펀드 이름만 어린이펀드이지 기존 주식형펀드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초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어린이펀드 세제혜택 지원안이 내년 초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어린이펀드는 최고 인기 펀드 중 하나로 부상할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자산운용사들도 앞다퉈 다양한 어린이펀드를 내놓기 위해 관련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린이펀드에 세제 혜택이 주어지면 만 18세 미만 자녀 명의로 가입한 펀드는 주식매매 차익처럼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을 전혀 물지 않게 된다.

또 연간 300만원까지 부모의 소득에서 공제하고 상속 및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아직 재경부가 소극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미 금융 선진국들의 경우 오래 전부터 조기 금융교육과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어린이펀드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며 "국내도 저출산ㆍ사교육비 폐해를 막고 장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시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어린이펀드는 모두 25종에 달한다.

대부분 주식형펀드로 장기 수익률에서는 성장형 펀드보다 다소 저조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04년 출시된 '대신꿈나무적립주식 1ClassC1'의 경우 3년간 수익률이 152.91%에 달하며,현재 설정액이 2881억원으로 가장 많이 팔린 '미래에셋우리아이적립형주식G K-1'은 최근 단기 수익률 악화로 1년 수익률이 37.82%로 떨어졌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첫 어린이펀드로 지난 4월 출시된 '미래에셋우리아이친디아업종대표주식형자 1(자)'는 6개월 수익률이 46.08%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계웅 애널리스트는 "어린이펀드 수익률이 일반 성장형에 비해 저조한 것은 장기 안정적인 투자 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부터 세제 혜택이 주어질 경우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최근 시장이 많이 조정받은 시기를 이용해 펀드에 가입할 경우 어린이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이펀드에 가입할 때는 장기투자 성과가 안정적인 곳을 골라 자녀 명의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대부분 어린이펀드는 5만원 이상이면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