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줄기차게 국내 주식을 팔아대고 있지만, 매물을 받아줄 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코스피 지수는 연일 뒷걸음질쳐 18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데 기관은 왜 시장을 바라보고만 있을까?

23일 삼성증권 이나라 연구원은 "주식을 못 사고 있다기 보다는 저가 매수 시기를 저울질 하기 위해 안 사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1월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일평균 2000억원 수준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2000포인트에 부담을 느끼며 환매를 고려하던 투자자들이 이번 조정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면서 기관들의 매수 여력이 다시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펀드내 주식비중 역시 계속 낮아지고 있어 기관의 매수 여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이 신규매수를 주저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시장 저점에 대한 기관들의 확신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이 기존 주도주들을 중심으로 단기내 급락,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로스컷에 나서야하는 상황이 되면서 적극적인 시장 참여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더 주력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지수가 급락하면서 주식대비 현금의 상대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기관이 현금을 하나의 종목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기관이 시장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의 급락세가 어느정도 일단락돼야 하며 대외 불확실성 역시 축소되는 것이 확인되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시장이 장중 낙폭을 일부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고, 최근 6일 연속 하락으로 종목별로 로스컷 물량이 어느 정도 해소됐을 가능성도 크다.

외부 불확실성도 완전한 해소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그 실체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고 부정적 영향 역시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기관의 복귀는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게 이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는 "기관이 복귀하면 과거의 경우처럼 시장이 급반등세를 보일 확률이 크다"면서 "다만 추후 외국인과 개인의 힘겨루기는 재현될 것이며 외국인 매도를 국내 수요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